현장에서

[현장에서] 통함의 비결 / 이승훈 기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09-17 수정일 2019-09-17 발행일 2019-09-22 제 316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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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이라는 말이 있다. 몸의 흐름을 통하게 해주면 아픈 것이 없어지고, 통하지 않으면 통증이 생긴다는 말이다. 성지를 취재하며 순교자들의 삶을 만나면 이 말이 떠오른다.

대흥봉수산순교성지가 현양하는 복자 김정득(베드로)과 복자 김광옥(안드레아) 형제는 형벌로 몸도 가누지도 못할 정도의 고통 속에서도 더없이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형제뿐이 아니다. 수많은 순교자들이 고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드러나는 형벌을 받으면서 고통스럽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리스도의 수난 고통을 묵상하는 우리가 ‘고통이 없다’고 말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통즉불통’이란 말이 머리를 맴도는 것은 아마,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痛)조차 이겨내게 해주는 하느님과의 통(通)함이 있음을 순교자들의 삶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통함의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8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반알현에서 한 말 중 힌트를 얻는다. 교황은 자폐증을 앓는 소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고 사람들에게 “이 소녀를 위해 기도했는지” 물으며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 반드시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물진두순교성지에서 순교한 손 베드로와 김씨 부부는 순교의 그 순간까지 서로 “정신을 잃지 말라”며 독려했다고 한다. 다른 많은 순교자들도 자신도 고통 중에 있으면서 고통받는 또 다른 이를 보호했고, 격려했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 이 기도야말로 통함의 비결이 아닐까. 이번 순교자 성월은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고 기도하며 순교자의 모범을 본받아야겠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