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위험 처한 아기와 임산부들 보금자리 막다른 길 내몰린 미혼모들 조건 없이 받아들여 보호하며 복지 사각지대 임산부들 도와 출산 후 임시보호·자립 지원도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운영하는 생명의 집(원장 김소영 수녀)은 1991년 설립돼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에서 출산 여건이 어려운 산모들을 돕고 낙태 위험에 처한 아기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다. 아울러 미혼모들의 ‘친정’이 되어 그들이 살면서 부딪혀야 하는 여러 아픔을 보살펴왔다. 이곳을 통해 그간 1000여 명의 태아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27일 용인시 상하동으로 신축 이전하면서 생명의 집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그 생명 지킴이의 현장을 찾아가 봤다.
“아는 이 없는 한국에서 임신했는데 수녀님들이 계셔서 무사하게 아이를 낳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착한 사람’ 이예요.” 25살의 베트남 출신 A씨는 한국어를 배우러 유학 왔다가 한 남성을 알게 됐고 지난 6월 21일 쌍둥이를 낳았다. 임신한 상태에서 B교구 이주사목센터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사제의 소개로 생명의 집에 왔다. 쌍둥이 중 한 명을 안은 채로 기자를 만난 그는 “내년 1월까지 생명의 집에 있다가 2월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수녀님들이 잘 돌봐줘 정말 감사하다”고 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생명의 집은 낙태의 위험에 처한 미혼모와 임산부들을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여 보호한다. 출산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산모는 안전하게 출산하도록 도와주고, 아이를 낳은 이후 미혼모들이 세상의 편견과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협조자를 자처한다. A씨처럼 외국 국적자로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임신한 여성, 이혼당한 다문화 가정 산모 등 미혼모 지원정책에서 배제되는 산모들에게도 열린 곳이다. 이런 법적으로 보호받기 쉽지 않은, 갈 곳 없이 막다른 길에 내몰린 미혼모들을 품기 위해 생명의 집은 보조금 없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시설이기도 하다.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