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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계 평화의 바람 DMZ 국제 청년 평화순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8-20 수정일 2019-08-21 발행일 2019-08-25 제 315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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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사랑입니다
해외 14개국서 참가
6박7일 일정 동안 각자 생각하는 평화를 얘기하고
함께 걸으며 세계 평화 위한 마음 모아

평화를 사랑하고 실천하기 위해 전 세계 청년들이 모였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8월 16~22일 6박7일간 마련한 ‘2019 세계 평화의 바람 DMZ 국제 청년 평화순례’(이하 ‘2019 평화의 바람’)에 참가한 청년들은 강원도 DMZ 일대를 함께 걸으며 평화의 참 뜻을 생각하고 나눴다.

올해는 국내 참가자 38명을 비롯해 독일, 동티모르, 몰타, 미국, 영국, 우간다, 캄보디아, 탄자니아, 헝가리 등 14개국 해외 참가자 22명 등 90여 명이 순례 여정에 나섰다. 또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살레시오 수녀회 소속 수도자들도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평화를 생각하고, 나누고, 걷고, 또 걷는다!’라는 주제 아래 8월 16일 오전 8시경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발대식을 진행하고 평화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8월 16일 ‘2019 세계 평화의 바람 DMZ 국제 청년 평화순례’ 참가자들이 금강산 전망대 일대를 순례하고 있다.

# 평화는 사랑이다

‘2019 평화의 바람’ 둘째 날인 8월 17일 오후 7시 경 강원도 세계 잼버리수련장 강당. 청년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한 평화는 무엇인지를 주제로 평화 부채 만들기 행사에 참여했다. 붓 펜을 들고 곰곰이 생각하던 이들은 하얀 부채에 평화를 ‘꿈’, ‘파도’, ‘일상’, ‘함께하는 것’ 등으로 적어 내려갔다.

특히 많은 청년들이 ‘Peace is love’, ‘Peace is ♡’ 등 저마다의 언어로 평화를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김준선(마르코·25)씨가 두 팔로 높게 든 부채에도 ‘평화는 사랑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사이에서 작은 실수 하나로 신뢰가 깨지기도 한다”면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기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처럼 평화도 그래야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외교관을 꿈꾸며 중국에서 유학 중인 신한섭(스테파노·25)씨는 부채에 ‘희망’과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적었다. 그는 “외교관이 돼 한반도, 나아가 세계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꾼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평화는 함께 노래하는 것

청년들은 같은 날 오전 9시30분 금강산콘도에서 출발해 대진항, 초도항, 화진포 해수욕장, 이승만 별장까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파랑길을 걸었다.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청년들은 지친 참가자에게 먼저 다가가 물통을 건넸고 가파른 길에서는 손을 선뜻 내어줬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들은 함께 노래하며 걸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어울리기 위해서였다. 분홍색 머리를 한 김현수(22)씨는 동티모르에서 온 호세 카를로스 윌리엄 트린다데(Jose Carlos William Trindade·19)씨와 함께 동티모르 노래를 부르며 나란히 걸었다. 가사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평화의 미소가 번져 있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김경해(미카엘라·27)씨는 독일 친구와 함께 참가했다. 올해로 3번째 참가하는 김씨는 “평화는 함께하는 것”이라면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아픔에 대해 설명하며 함께 걸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이번 순례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헬레네 잉 플레미쉬(Helene Ying Flemisch·22)씨는 “평화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어 좋다”면서 “독일이 통일된 것처럼 한국에도 얼른 평화가 오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강산 전망대에서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참가자들.

# 평화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

첫째 날인 8월 16일 오후 청년들은 오후 1시경 금강산 전망대에 올라 북한의 월비산 전망대, 구선봉, 금강산 등을 내려다보며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꼈다. 이들은 금강산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현실에는 안타까워했지만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금강산, 주변 풍경을 비추는 맑은 호수 등 ‘인류 공동의 집’(Common Home)인 지구의 자연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우간다에서 온 레지나 나카지(Regina Nakkazzi)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는 “북한 땅이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 놀랐다”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진행한 발대식에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은 “평화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순례에서 나 자신을 성찰하고 자연을 바라보면서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체험하길 바란다”면서 “여러분들이 나 자신, 이웃, 자연, 나아가 하느님과 화해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들은 두타연을 비롯해 철원 DMZ 평화의길, 철원생태공원 십자탑 등을 순례했으며 조별 평화토론, 북한이탈주민 청년과의 토크쇼 ‘톡톡톡 통일세대’ 등 활동에 참여했다. 또 19일 염수정 추기경,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으며, 21일에는 한반도 평화 촛불예식 등 평화를 향해 마음을 모았다.

8월 16일 고성 DMZ박물관 관람 후 기념촬영.

8월 17일 조원들이 각자의 조 깃발을 소개하고 있다.

8월 17일 직접 만든 평화 부채를 들어 보이고 있는 참가자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