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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대부모 역할을 강화하자! / 김민수 신부

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9-08-20 수정일 2019-08-20 발행일 2019-08-25 제 315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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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교회가 위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한국천주교회 통계 2018」에 따르면, 주일미사 참례율이 2018년도 현재 18.3%로 8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고, 모든 성사 비율도 꾸준히 하락세에 놓여있다. 현 상황은 신자들이 ‘냉담 중’이거나 냉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교회는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사목적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필자는 다양한 대안 중에 큰 위상을 차지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그것은 ‘대부모 역할의 재고와 강화’다. 이것을 제안하는 이유는, 천주교의 오래된 아름다운 전통 중의 하나인 대부모 제도가 너무 형식화되고 그 의미가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곧 대자녀의 신앙 약화와 본당 공동체로부터의 이탈인 냉담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대부모는 영적 부모 혹은 신앙의 선배로서 대자녀를 영적으로 성숙하도록 돌보고 인도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대부모는 대자녀를 위해 기도해야 하고, 그래서 자신이 먼저 하느님과 가까워지고 하느님 은총의 통로가 됨으로써 자신의 사명을 잘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신앙생활을 점검해 보고 대자녀에게 좋은 표양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대부모 제도가 점점 그 중요성과 의미를 잃어가며 형식으로 치우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우선 대부모가 되려는 자발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견진성사를 받은 신자로서 신심이 깊고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대부나 대모를 부탁하지만 대부분 거절당하기 일쑤다. 대자(녀)가 너무 많아 감당하기 어렵다거나, 자신은 모범적인 신앙인이 되지 못해 대부(모) 깜이 되지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는 예가 다반사다. 그러니 대자녀를 위한 대부모를 찾으려고 백방을 애쓰는 예비신자 봉사자들의 어려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나중에는 본당 수녀나 신부가 나서서 대부모를 구걸(?)하는 극처방을 내놓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부모 제도에 관한 두 번째 문제는, 설사 대부모와 대자녀를 어렵게 연결시켜주지만 세례받고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이산가족’이 되듯 흩어지고 만다. 세례식에서 단지 형식적으로 대부모가 되었고, 대부모로서의 책임의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모를 급하게 세운 경우에는 세례나 견진 후에 대부모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대부모가 단지 세례를 위해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결국에는, 대자녀의 냉담과 교회 공동체로부터의 이탈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개신교 일부에서는 새 신자 돌봄을 위해 ‘멘토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세례식 때 예비신자인 멘티를 위한 멘토를 세워 영적 인도자 내지 영적 상담자의 역할을 철저하게 한다. 이러한 ‘멘토-멘티’ 관계는 천주교의 오랜 전통이며 관습으로 내려온 대부모와 대자녀 관계와 유사하다. 개신교는 멘토링 제도를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여 교회 활동을 활발하게 활성화하고 있다. 천주교는 대부모 제도라는 훌륭한 보물이며 유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화되고 쇠퇴하는 현실의 길을 걷고 있어 개신교와 대조를 이룬다. 대부모의 역할만이라도 매우 활성화된다면 신자들의 냉담 비율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대부모와 대자녀는 혈연이 아닌 성령으로 맺어진 가족이다. 가족 관계가 지속적인 유대를 유지할 때 대자녀의 신앙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부모와 대자녀 간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첫째, 대부모-자녀간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관계를 지속시켜 갈 수 있다. 매월 한 차례 혹은 매년 몇 차례씩 대자나 대녀 모임을 가지는 것이다. 둘째, 본당에서 예비신자 입교 혹은 교리과정에서부터 대부모를 동참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는 예비신자와 미래의 대부, 대모 모두에게 ‘대부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로가 밀고 당겨주며 신앙생활의 참 동반자가 되게 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셋째, 본당 차원에서 ‘대부 대모의 날’을 연다거나 ‘대부모 찾아주기’ 등의 사목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넷째, 전화, 문자 메시지, SNS 등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한다. 다섯 째, 대부모와 대자녀가 매월 한 번씩 함께 주일미사에 참여하도록 한다. 그 외에 본당 단체, 취미생활이나 동호회를 함께 하는 것도 좋다. 특별히 대부모의 역할에 관한 교육, 대부모와 대자녀를 위한 기도문 배포와 기도 시간 마련도 매우 필요하다. 사도 바오로와 그의 영적 아들인 티모테오의 절친한 관계가 바람직한 대부-대자의 모델임을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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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신부 (서울 청담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