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구산성지 안내 봉사자 이소영씨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19-08-12 수정일 2019-08-13 발행일 2019-08-18 제 3158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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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겉핥기 아닌 신앙의 단맛 전해요”
아들 수능 때 찾은 성지에서 순교자 삶 묵상하며 은총 체험
8년째 성지 안내 봉사 맡아

구산성지 안내 봉사자 이소영씨는 “구산성지를 찾은 순례객들이 각자의 신앙을 키우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나는 천주교인이오.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따름이오”라며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김성우 성인. 하남시 망월동에 위치한 구산성지에는 김성우 성인의 무덤을 비롯해 순교자 여덟 명의 흔적이 남아있다.

솟대(현양탑)와 옹기, 기와 등으로 꾸며져 있는 구산성지는 신앙선조들의 삶과 역사를 살펴보며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의 신앙을 깊이 있게 채울 수 있게 돕는다. 성지 정문을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성모상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구산성지에서 안내봉사를 하고 있는 이소영(가타리나·56)씨는 “기와로 둘러싸여 있는 성모님 동산은 맷돌을 형상화한 것”이라며 “신자들을 상징하는 아랫돌과 하느님을 상징하는 윗돌을 연결하고 있는 성모님은 우리들에게 영혼의 양식을 주시는 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심코 지나칠 뻔 했던 솟대와 성모상, 켜켜이 쌓인 기와에 가이드의 설명을 더하자 200여 년 전 모습들이 펼쳐지며 순례의 재미와 의미를 배가시킨다.

10년 전 둘째 아들의 수학능력시험 당시 기도를 위해 찾았던 구산성지는 이씨의 신앙생활에 전환점이 됐다. “구산성지를 찾게 된 이유는 아들의 수능시험 때문이었지만, 신앙선조들의 삶을 묵상하고 기도하다 보니 특별한 신앙적 체험을 이곳에서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수능기도가 끝나자마자 바로 성지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전례꽃꽂이로 시작했던 봉사는 순교자체득학교 봉사로 이어졌다. 순교자체득학교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교회사, 박해사, 생활사 등을 공부했던 이씨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성지 안내 봉사자가 됐다. 8년째 성지 안내를 하고 있는 이씨는 “봉사는 은총”이라고 강조한다.

성지 안내는 하늘을 향한 현양탑에서 시작된다. “아홉 순교자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걸린 현양탑은 역모죄로 끌려가던 천주교인을 묶었던 포승줄로 감겨 있다”는 이씨의 설명이 더해지니 신앙선조들의 고달팠던 삶의 한켠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씨는 “신앙선조들이 왜 박해를 받았는지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배경을 토대로 설명하면 한국 천주교 역사의 근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순례자들이 재미있어 하신다”며 “구산성지에 여러 번 오면서도 몰랐던 이야기를 제 설명을 듣고 알게 돼 너무 좋다는 말을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산성지에 올 때 가장 설레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신앙선조들의 신심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이씨에게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전 신앙생활이 수박겉핥기 같았다면 구산성지에서 봉사를 하면서 수박속의 단맛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안내 봉사뿐만 아니라 구산성지에서 봉헌되는 미사와 피정을 통해서 순례자들이 각자의 신앙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