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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구 사회사목국 ‘예리코클리닉봉사회’ 새 진료실 마련… 18일 축복식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9-08-06 수정일 2019-08-07 발행일 2019-08-11 제 3157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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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료실에서 외국인 무료 진료해요”
외국인노동자들 돕기 위해 16년째 ‘착한 사마리아인’ 역할
의사·간호사·약사·통역사 등 분야별 봉사자 모여 무료진료

새 단장한 경기도 포천 가산성당 교육관 내 예리코클리닉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8월 4일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환자분들이 있는데 (봉사를) 안 할 수 있나요. 같은 민족이 아닌데도 강도를 만난 나그네를 돌봐줬던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8월 4일 경기 포천 예리코클리닉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진료하던 안정효(안드레아·58·춘천 퇴계본당)씨는 내과 의사로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이라면 누구든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2003년부터 매달, 적게는 3달에 한 번 안씨는 이곳을 찾아 외국인노동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거주지에서 왕복 2~3시간 걸리는 거리지만, 사계절 내내 그는 봉사에 나섰다. 이날도 그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외국인노동자 20여 명을 진료했다.

안씨뿐만이 아니다. 한 대형병원 원무팀장을 지낸 백성한(안토니오·65·춘천교구 홍천본당)씨는 진료가 이뤄지는 동안 접수부터 안내, 약품 관리 등 모든 행정업무를 맡았다. 총무 봉사는 대신할 사람이 없어 봉사 날마다 꼬박꼬박 나와야 하지만, 그는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보면 봉사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백씨는 자신이 봉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보살핌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는 사실, 그게 전부”라고 밝혔다.

춘천교구 사회사목국 소속 의료봉사단 예리코클리닉봉사회(회장 엄규동, 담당 오세호 신부, 이하 봉사회)가 매달 꾸준한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몽골 등의 외국인들을 위해 경기 포천 가산성당에서 봉사를 펼친 지 벌써 16년 여. 2003년 6월 ‘가산이주노동자 무료진료 봉사팀’으로 시작할 때만 해도 10여 명에 불과했던 진료일 평균 환자 수는 80여 명으로 늘었다. 외국인노동자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의사·간호사·약사·통역사·의료행정가 등이 모여 펼친 봉사에 보건복지부장관은 2013년 4월 표창장을 수여했다. 춘천교구도 2014년 1월 봉사팀을 ‘예리코클리닉봉사회’로 인준하고, 지난해 11월 교구장 명의의 감사패를 전달했다.

예리코클리닉 1층 안내판.

특히 봉사회는 8월 18일 오후 2시 예리코클리닉 축복식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은 성당 앞에 천막을 치거나 1층짜리 성당 교육관 한편에서 봉사해왔다. 이제 봉사회는 새로 지어진 2층짜리 교육관 1층 일부와 2층 전체를 예리코클리닉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클리닉에는 내·외과부터 안과·치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한방과 등 진료실이 있다.

교구 사회사목국 국장 오세호 신부는 “봉사회 활동은 교회의 막중한 사명인 ‘가난한 자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실천”이라며 “오랫동안 진행돼 교구에서도 눈에 띄는 활동이었지만,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고 말했다. 오 신부는 “교구 지원과 가산본당의 희생, 무엇보다 회원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진료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클리닉을 찾은 한 외국인노동자 요세피나(49)씨는 “폐에 물이 찼을 때 여기에서 진료 받고 다 나았다”면서 “알레르기, 혈압 등 계속 약을 받아야 하는 병을 앓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부 무료로 진료해주시고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예리코클리닉봉사회의 ‘예리코’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 나오는 요르단강 서안의 지명이다. 사마리아인이 예리코로 가던 사람이 쓰러져 있자 어떤 장벽에도 구애받지 않고 구해준 것처럼, 봉사회도 인종에 상관없이 외국인노동자들을 사랑으로 돌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리코는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가던 중 들러 눈먼 이의 눈을 고쳐줬던 곳으로, 예리코클리닉에서 봉사자들이 아픈 이들을 진료한다는 뜻도 지니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