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기쁨의 색으로 화폭 채워가고 싶어”
대안학교인 산청 간디학교를 졸업한 그는 경쟁이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수업을 몰래 빠지고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는 말 없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괴로움은 대학에 입학한 후로 시작됐다. 애니메이션과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결국 자퇴하고 게임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아픈 시간들이었지만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철저하게 보호 받고 사랑을 많이 받은 덕분에’ 헤어나올 수 있었다. 그의 부모님은 한결같이 믿어주며 뭐가 됐든 “알겠다”, “해 봐라”라고 대답했다고. 그러한 믿음 덕분에 뒤늦게 SI그림책학교를 다니며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게 됐다.
“힘들 때는 노골적으로 하느님께 의지해요.(웃음) 계속 공모전에서 떨어지면서 제 그림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또 기회를 주시네요. ‘쓰이는’ 그림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젊은 신예작가이지만 이쟉 작가는 도시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고, 복고와 아날로그를 선호한다. 2주간 산티아고 도보 순례를 한 경험을 작품으로 그리기도 했고, 그가 태어났을 당시인 1980년대의 서울을 그린 작품도 있다. “가장 앞에서 걷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오래된 가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롤 모델인 샤갈이 이런 말을 했어요. 어차피 삶은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에 사랑과 기쁨의 색깔로 아름답게 채워야 한다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 rn사진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