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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가짜뉴스뿐일까, 가짜광고도 넘친다 / 김지영

김지영(이냐시오)rn전 경향신문 편집인
입력일 2019-07-30 수정일 2019-07-30 발행일 2019-08-04 제 315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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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⑮
뉴스매체가 게재하는 것은 뉴스뿐이 아니다. 뉴스 못지않게 중요한 콘텐츠, 즉 광고를 게재한다. 광고는 매체 수익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매체에 게재하는 양대 콘텐츠, 뉴스와 광고는 서로 DNA가 다르다. 그 특질로 볼 때 뉴스가 공익성이라면 광고는 상업적 이익이다. 어찌 보면 정반대의 특질을 지닌 두 콘텐츠는 그러나 한 매체에 공생하는 불가분의 생존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저널리즘은 보도윤리와 광고윤리가 함께 받쳐야 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의 신문윤리강령은 신문윤리강령과 그 실천요강, 그리고 신문광고윤리강령과 그 실천요강을 나란히 담고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등 매체 심의기구들은 기사와 광고, 두 가지 콘텐츠와 윤리를 똑같이 중시하면서 심의하고 있다.

같은 맥락의 연장이다. 가짜뉴스가 넘치는 요즘, 가짜광고 역시 차고도 넘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가짜 광고는 단연 기사형 광고다.(2018년 11월 18일 ‘신앙인의 눈 - 독자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⑥’ 참조)

기자의 이름까지 달며 기사로 위장했지만 내용은 업체나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다. 디지털 미디어의 확장으로 신문 등 올드 미디어의 광고수익이 줄어들면서 갑자기 늘어났다. 아웃도어나 병원, 화장품, 여행, 자동차 등 온갖 주제를 다룬 가짜 뉴스이지만 동시에 가짜광고이기도 하다. ‘광고’ 표시가 없어 ‘광고임이 명확하지 않고 기사와 혼동되기 쉬운 편집체제 및 표현(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4항 3)을 게재하지 말라’는 광고윤리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는 한 유명 일간지 온라인에 난 기사형 광고를 믿고 독자들이 쇼핑몰에 입금했다가 물건을 받지 못한 적이 있었다. 피해자들은 사기업체를 고소하고 같은 기사형 광고를 게재한 3개 신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방송분야에서도, 한 종편 TV 뉴스 앵커가 자신의 뉴스 포맷을 그대로 본뜬 광고에 출연, 자사 화면에 나갔다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신문의 기사형 광고와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신문광고윤리강령은 모두 4개항인데 이중 제1항은 “신문광고는 독자에게 이익을 주고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관련 실천요강은 금지내용으로서 ▲비과학적 또는 미신적인 것 ▲투기나 사행심 선동 ▲공인 유관기관이 인정하지 않은 것 등 3가지를 들고 있다.

신문윤리위가 기사형 광고 외에 자주 ‘가짜광고’로 징계조처하는 유형이 바로 ‘비과학적 또는 미신적인 광고’다. 아직도 그만큼 비과학적이거나 미신적인 광고가 잘 먹힌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의 학력이나 문화수준을 생각할 때 정말로 납득이 가지 않는 현상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수요가 많은 광고이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최근 3개월 동안 비과학적 또는 미신적인 광고로 지목해 징계 조처를 내린 광고의 제목들을 한번 보자.

‘소원성취, 만사형통 이루어진다는 신비의 황금복돼지’(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生氣그림 한 점이 집안의 행복을 드립니다’(동아일보) ‘악령, 귀신 잡는 스님이 있어 화제’(조선일보) ‘부산광역시에 입소문 자자한 아주 용한 신의 제자…’(국제신문) ‘복을 부르는/영험한 금두꺼비!!’(중앙일보)

황금색 복돼지나 두꺼비를 그린 그림 한 장으로 결혼, 취업, 시험합격, 사업번창, 입찰 등 여러 가지 소원을 들어 주겠다거나 공황장애와 과대망상·우울증 등 이른바 ‘귀신병’을 모두 해결해주겠다는 등 허무맹랑한 광고 내용들이다.

물론, 독자나 시청자들은 뉴스와 광고에 대해 처음부터 신뢰도를 달리하고 있다. 뉴스와 달리 광고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과장, 심지어는 허위까지도 감안하고 접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려운 지경, 간절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혹세무민하는 광고는 ‘가짜’의 성격이 죄에 가깝다고 하겠다.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큰 일간지들이 지속적으로 그런 광고를 게재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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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이냐시오)rn전 경향신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