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세 260만 허와 실] 19. 고해성사 (3) 고해방법ㆍ자세

최홍국 기자
입력일 2019-07-30 수정일 2019-07-30 발행일 1990-12-09 제 1733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기계적인 고해자세」탈피해야
깊은 통회 후 숨김 없는 고백 필요
대화식 고백ㆍ공동참회예절도 바람직
대죄는 꼭 개별 고해성사 받아야
14년전 대학다닐 때 영세했다는 서울 고덕동본당 신유리안나(32)씨는『보통 2~3개월에 한번 씩 고해성사를 받지만 항상 비슷한 내용을 되풀이 고백하는 셈』이라고 털어놓는다.

유아영세자로 30대 초반의 직장인인 임미카엘씨도 2개월에 한번 꼴로 고해성사를 보지만 역시『되풀이식 고해』라고 실토한다. 그러나 미카엘씨는『주일미사 전후 고해소 앞에 늘어 서 있는 고해성사자 속에서는 고해사제에게 내면 상황을 충분하게 털어놓을 수 없다』며 1년에 2~3회정도는 꼭 알고 있는 신부님을 찾아가『대화식 고해성사를 받는다』고 밝힌다.

대학생인 역촌동본당 이아녜스양은『년중 2회의 판공성사만을 보고 있다』며 생활방식이 거의 비슷하기때문에 6개월에 한번정도 보는 고해성사지만『같은 류의 죄를 고해성사를 보고있다』고 말한다.

20대 후반의 미혼자인 임데레사(수원교구 과천본당)씨도『괜스레 죄 고백하기가 꺼려지며 미루다 보니까 년중 판공성사만 한차례 보는 정도』라며 1년에 1회 꼴의 고해성사지만『형식적이고 의무적인 고해성사일 뿐 진실한 내용을 고백하기가 힘이 든다』고 밝힌다.

구로3동본당 김요셉(40ㆍ사업가)씨의 경우 6개월에 한번 정도 연중 2회 판공성사만을 보고있는 상태라 막상 고해소에 들어 갔을 때는『조그만 소죄의 경우는 별로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으며, 큰죄로 생각되는 부분만 고백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상 여러 신자들의 고해성사에 임하는 태도를 볼 때, 고해성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앞에 예로 든 신자들 뿐아니라 많은 신자들이 고백거리가 없어서 성사를 볼 수가 없다거나 매번 그저 같은 식의 고백을 기계적으로 되풀이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실정 속에서 인터뷰에 응한 신자들로부터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그 해결책을 들어보았다.

교리신학원에 다녔다는 임미카엘씨는 사담심리과목 담당 강사신부로부터『사람이 자기내면속의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그 갈등 내용을 인간언어로 구체화시켜 표현해야만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내적으로 심한 갈들을 겪을 때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신부를 찾아가 대화식 고해성사를 받는다고 소개한다.

미카엘씨는 자신의 대화식 고해성사에 대해『나를 아는 신부님이니까 믿음도 생기고 마음속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어 좋다』며 특히『고해사제로 부터「이런 점은 잘못됐으니까 이런 식으로 기도하라」며 기도방향을 인도받고 나쁜 습관을 극복하는 적절한 방법을 제시받을 수 있어 큰 위로를 받게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런 대화식 고해성사는 사제들이 신자 수에 비해 절대 부족한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보편화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인 심성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 실용화단계는 이르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생인 이아녜스양과 20대 후반의 미혼자인 임데레사씨는 한결같이 대화식 고해성사를 거부했다. 그 반면『과거 군대생활 중 부끄러웠던 기억들은 아직까지도 감히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한 김요셉씨는 대화식 고해성사를 적극 환영한 점은 일선 사복자들이 귀여겨 들어야 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결혼초 첫애를 낳았을 무렵 1년여동안 냉담아닌 냉담상태였다는 신유리안나씨는 이때 본당의 공동고백에 참여함으로써 냉담상태를 청산했다고 한다.

당시 공동고백을 주례한 주임신부로부터 남편과 아내로서 겪는 갈등이나 아픔을 성찰할 수 있도록 인도받았다는 유리안나씨는 이후 2~3개월에 한벌꼴로 고해성사를 받는 열심한(?) 신자가 됐다는 것. 그런데 유리안나씨의 소속본당 공동고백은 부활과 성탄판공 때 부활 및 성탄대축일 1개월여 전부터 판공성사를 개별적으로 보도록 권고한 뒤 대축일 직전에 미리 판공성사를 본 신자들이 또다시 고백거리가 생겼거나 이때까지 미처 판공성사를 보지 못한 신자들을 위해 매년 2~3회』회 실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신 유리안나씨는『이때의 공동고백 경험이야말로 신심이 약해졌던 자신의 신심을 한단계 높여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유리안나씨는 수차례의 본당 공동고백예절에 참여하면서 개별고백의 필요성을 느끼게 돼 지금은 2~3개월에 한번씩 보는 고해성사를 통해 만나는 이들과의 인간관계를 비롯 일상샐활 속의 자신을 계기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공동고백 또는 공동참회예절은 특별한 경우 즉 사제의 수도 적고 교우들이 많을 때 공동참여예절을 통해 참회 후 사죄경을 염해줄 수 있으나 대죄가 있는 사람은 다음 기회에 꼭 개별고백을 해야 할 의무가 따른다』고 명시한 교회가르침에 따라 남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사목자들은 물론 신자들도 새겨 들어야할 사항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화식 고해성사나 공동고백은 다같이 제약조건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감안해 적절히 실천해야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많은 신자들이 죄라는 것을 단지 율법적인 것 즉 계명을 거스리거나 죄를 짓는 행위 그 자체라고만 생각하는데 익숙해 있다는 사실이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본당차원의 끊임없는 신자재교육과 더불어 고해성사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신자 스스로의 공부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현대인은 많은 육체적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질병은 원인은 알아 고치기도 하고 또 원인을 알 수 없어 그대로 죽음을 맞아야 하기도 하며 원인을 알아도 치유할 길이 없어 죽음을 맞아야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육신의 질병을 두려워하면서 영혼의 질병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참된 신앙인이 되고자하는 우리는 항상 우리 영혼의 질병을 두려워하여 성철과 통회와 고백으로써 깨끗한 영혼생명을 갖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주를 왕복하는 현대의 과학기술 속에서도 우리의 육체는 질병으로 끊임없이 신음하고 있다. 거르나 영혼생명은 고해성사로 치유 받지 못하는 질병이 없음을 우리는 믿고 행하여야 할 것이다.

최홍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