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서울 노원본당 ‘아띠’ 장애인 주일학교 최인숙 자모회장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07-16 수정일 2019-07-16 발행일 2019-07-21 제 3154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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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비장애인 신앙 안에서 함께 커나가요”

“가족 안에서 선교사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아띠’ 주일학교 최인숙(제노베파·53·서울 노원본당) 자모회장에게는 발달장애를 가진 28살 아들이 있다. 아들이 7살이 되던 해 발병 소식을 들었다. 지적 장애 1급이었다. 최 회장은 아들의 발병으로 인해 기댈 곳을 찾았고 성당으로 발길을 향했다. 2000년에 세례를 받은 후 아들도 성당에 데리고 다녔다. 당시 노원본당에 장애인들이 함께 참례할 수 있는 ‘둥지반’이라는 이름의 초등부 미사가 있었다. 하지만 커가는 장애 아이들이 초등부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장애인 주일학교 학생들이 함께하는 미사가 초등부 미사에서 중고등부 미사로 옮겨졌다.

최 회장은 “중고등부 미사는 합창부도 있고 악기도 연주하기 때문에 활기가 있다”며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음악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미사를 함께 봉헌함으로써 서로 간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면서 “미사 안에서 소통의 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주일학교는 서울대교구 제5노원지구에 노원본당(주임 송재남 신부) 한 곳에 있지만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최 회장은 “신부님들과 선생님들이 장애인 주일학교 활성화를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5년 전 신부님이 강복을 주고 공지사항을 전달했는데, 장애 아이들이 또 미사를 하는 줄 알고 짜증내고 소리쳤다”며 “그 모습을 본 신부님이 다음 주부터는 공지사항 후 강복을 주고 미사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처럼 신부님이 장애 아이들을 위해 맞춤형 미사까지 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장애 아들을 데리고 매주 미사를 나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최 회장은 “아들이 자폐성향이 굉장히 강해 성당에 데리고 오는 일이 참 힘들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사가 비장애인과 소통의 장이 된다는 것을 아들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아들을 매주 미사에 데리고 온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일은 남편이 아들을 통해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다”며 “아들이 가족 안에서 선교사 역할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감사한 일은 아들에게 눈에 띄게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보다 신앙 안에서 서로 도우며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