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빛을 심는 사람들] 빈첸시안 정덕현씨

최홍국 기자
입력일 2019-07-04 수정일 2019-07-04 발행일 1990-09-02 제 1719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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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탁 노인등 8명을 집에 모셔
자신은 셋집생활…구포ㆍ대천 빈첸시오회 창립
소년가장 3명의 학자금 준비도
자신도 전세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주위의 무의탁 남녀노인 등 8명을 모셔와 한가족처럼 함께 사는 것은 물론 소년가장 3명의 고교입학금을 마련해주기위해 매월 적금을 붓는 등 소외된 이들의 어두운 마음에 빛을 비춰주는 사랑의 사도가 있다.

가난한 이를 돕는데는 자신의 일을 뒤로 미루고 먼저 달려가 도와주고 기도해 주는 빈첸시안 정덕현(마르꼬ㆍ44)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기도 안성군 보개면 오두리산 21번지 수원교구 구포동본당(주임ㆍ서명석 신부) 오두리공소 바로 앞, 안성읍에서 8km떨어진 시골에 위치한 정씨집에는 현재 무의무탁 할머니3명과 할아버지 4명, 38세된 남성 정신이상자 등 모두 8명이 정씨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빈첸시오 회원인 정씨가 빈자방문활동 중 자신의 집으로 모셔 온 사람들로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혼자서는 거동하기조차 힘든 중풍환자, 허리디스크환자, 영양실조로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할머니들이다.

노인들을 타인이라 생각않고 친가족처럼 돌보고 따르는 부인(김순희 수산나ㆍ38)과 두 자녀들이 고맙다는 정씨는『평범한 생활 속에서 불우노인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한 밥상에서 밥먹고 한가족처럼 같이 살고 있지요』라며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뿐이라고 말한다.

정씨가 이같이 노인들을 집으로 모셔와 돌보기 시작한 것은 87년 10월경부터다, 86년 3월 29일 수원교구 대천동본당에서 부인과 함께 영세한 정씨는 영세한지 1년여만인 87년 5월 대천동본당 빈첸시오협의회를 창립, 초대회장으로 활동하던 중 경기도 안성군 금광면 오흥리 모산입구 다리옆에서 천막을 치고 살던 장세호(73세) 할아버지와 손자 장재홍(15ㆍ현재 성남시에서 직장생활중)군에게 매월 쌀20㎏씩을 전달해오다 이들이 천막에서 추운겨울을 지내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해 집으로 모셔왔다.

이후 정씨는 금광면 모산부락에서 혼자 살아가던 87세 무의탁노인을 비롯, 인근 본당 빈첸시오협의회 주선으로 무의탁노인들을 모셔와 친부모같이 정성을 다해 모시면서 빨래ㆍ밥ㆍ그외 모든 시중을 다들고 있으며 특히 이들 노인들을 주일미사에도 참례시키며 신앙생활로 인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대천동 사글세집에서 현재의 오두리 전세집으로 이사오면서 계속된 정씨의 이 같은 선행은 초창기 주위사람들로부터『셋집에 사는 주제에 남을 돕는다는 것은 소영웅주의에 빠진 미련한 짓』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비난의 소리에도 아랑고하지 않고 남에게 도움받고자 하는 것없이 묵묵히 무의탁자들을 돌보는 정씨의 떳떳한 삶의 자세는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할아버지 1명이 사망하자 빈첸시오 회원들과 함께 크게 도와준 마을이장님과 주민들이 또 다시 8명노인 중 4명을 생활보호대상자가 되도록 힘써준 것이 무엇보다감사한다고 말한다.

전기 기술자로 출장수리도 다니는 정씨는『한달 생활비가 50만원정도 소요된다』고 밝히면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이 4명이 차례로 죽어간 흉가집이라 1년에 쌀2가마를 주는 것으로 집세를 대신하는 것이 무엇보다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89년 12월 구포동본당 빈첸시오협의회를 창립, 또다시 초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씨는 본당 레지오 마리애「매괴의 어머니」쁘레시디움 단장도 맡고 있는데 부인과 함께 오두리동소 주관하는 등 선행과 기도를 행하는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살고 있다.

최홍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