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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 260만 허와 실] 15. 기타세례(대세ㆍ화세ㆍ혈세) (하) 세례성사 및 신영세자 관리문제 9.

박해원 기자
입력일 2019-07-04 수정일 2019-07-04 발행일 1990-08-26 제 1718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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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인간구원의지 징표
가톨릭「내세구원관」잘 드러내
「죽음과 삶」은 전적으로 하느님 신비에 속해
화세 전제로 교회공식기도 가능
대세ㆍ화세ㆍ혈세는 이미 전편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모든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느님의「보편적 구원의지」를 극명하게 함축하고 있는 하나의 징표로 이해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비록 평소에 하느님을 알고 그의 계시와 가르침대로 살아가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죽음의 순간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깨달아 자신의 생명과 죽음이 바로 그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일생의 모든 공과를 허심탄회하게 고백하고, 모든 잘못을 진실히 뉘우쳐 회개하게 되면 그 사람은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바로 하느님과 어떤 인간사이에서「좁쌀만한 끈」이라도 발견할 수 있으면 그를 구원의 대열에 끌어놓고자 하는 하느님의 구원적 열망을 충분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 신앙관의 근본적인 핵심은 현세구복이 아닌 내세적 구원에 있다.

세례성사를 받음으로써 하느님나라의 백성이 되지만, 그 자체로는 현실의 삶에 있어서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백성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보다 주일과 의무축일을 지켜야 하고, 교무금과 헌금을 봉헌해야 하고, 또 기타 여러가지 면에서 하는 등 지켜야 하는 의무가 더 많이 따른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현실적 측면에서 때로는 신앙이 매우 거추장스러울때가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부담」에도 불구하고, 세례는 내세적 삶을 절대적으로 보장해 준다는데 대단한 매력이 있다.

곧 죽음 후의 상황, 인간이 가장 불안해하는 그 상황을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게 보증해주는「영생(永生)에의 길」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에대해 박도식 신부(효성여대 교수)는「성사는 수혜자나 집전자의 태도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주님의 은혜를 받는 사효성(事效性)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한 세례성사는 보다 많이 베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도식 신부는「물론 세례를 받는 보편적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죽음에 임박한 사람이나, 불의의 재난ㆍ사고 등으로 생존을 확인할 수 없을 경우에 대세ㆍ화세ㆍ혈세 등의 교리에 따라 그들이 하느님을 거부하고 살았다는 명백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으면 그들의 영혼구령을 위해 공식적인 장례미사와 위령기도를 봉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세자들은 매년 각교구 및 천주교중앙협의회가 발간하는 교세통계표에 기록이 되고 있지만, 화세ㆍ혈세자들은 죽음직전 혹은 죽어가면서 자신의 온전한 의향(회개)에 따라 그 효과가 좌우되기 때문에 통계 수치로 나타날 수가 없다.

그러기 때문에 화세와 혈세로 인해 얼마만큼의 영혼이 구원을 받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단히 궁금하지만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잘라 말할 수가 없다.

그것은 오로지 하느님만의 고유한 소관이기 때문에 인간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박도식 신부는「불의의 재난이나 사고로 어떤 미신자가 죽었을 경우에 평소에 그가 천주교회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하느님을 거부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화세를 받았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 영혼을 위해 교회의 공식적인 기도가 가능할 수 있다」면서「그러나 사목상의 입장에서 천주교신자와 미신자가 구별없이 혼용되는 인상을 주게되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박도식 신부는『문제의 핵심은「죽음과 삶」에 대한 문제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하느님의 신비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면서「이러한 맥락에서 세례받지 않은 조상 등 죽인이들의 영혼의 구원을 위해 기도를 바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신자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일생을 통해 가장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은「전교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을 살면서 자신의 일상적 모범을 통해 신앙의 고귀한 진리를 이웃에게 널리 알려주고, 그들을 교회의 일원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으뜸되는 의무이다.

사목자들은 대세ㆍ화세ㆍ혈세를 통해서도 이러한 전교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곧 주위 이웃들에게 가톨릭교회가 영생을 보장해 주는 가장 확실한 곳이라는 이미 지를 심어주는 것도 훌륭한 전교의 한 방법일수 있다.

신자가 아닌 이웃들이 교회에 대해 그러한 이미지를 늘 갖고 있으면 비록 그들이 살아 생전에 수세를 동해 하느님의 백성으로 새로이 태어나면서 세속에의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대세ㆍ화세ㆍ혈세 등에 힘입어 많은 영혼들이「구원에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면 그만큼 하느님나라는 튼튼해지고 지상에 있는 하느님 교회도 내적으로 더욱 건실한 성장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