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8년 만에 전국 교구서 모여 ‘한반도 평화기원미사’ 봉헌

성슬기 chiara@catimes.krrn사진 박민규
입력일 2019-07-02 수정일 2019-07-03 발행일 2019-07-07 제 315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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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닿은 간절한 기도, 평화의 문 다시 열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6월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거행한 한반도 평화기원미사 중 ‘평화’라고 쓴 하얀 천을 묶은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사진 성슬기 기자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8년 만에 전국 규모의 ‘한반도 평화기원미사’를 봉헌했다. 6월 25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봉헌한 이날 미사에는 전국 16개 교구 신자 2만여 명이 참례해 평화누리공원을 가득 메웠다. 6·25전쟁 발발 69주년을 맞은 이날 미사 전에는 묵주기도를 봉헌하고 평화음악회를 열었다. 신자들은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길 바랐다. 그날의 뜨거운 기도 현장을 소개한다.

■ 그 속에서 놀 던 때가 그립습니다~

◎… 미사 시작 1시간 전에 열린 평화음악회에서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무대 첫 순서로 나선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은 영화 ‘오빠생각’에 나온 ‘고향의 봄’을 비롯해 ‘평화의 기도’ 등을 합창했다. 무대를 끝낸 단원들은 “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신세희(크리스티나·14·수원교구 청덕성모승천본당)양은 “전쟁으로 희생된 이산가족과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자는 염수정 추기경님의 말씀에 울컥했다”면서 “남북이 다시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록그룹 부활은 ‘새벽’, ‘사랑할수록’, ‘네버엔딩스토리’ 등을 노래하며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미사 직전 조성주(다니엘) 서예가가 대붓으로 ‘평화’라고 쓴 하얀 천을 2개의 애드벌룬에 묶어 봉헌예식 중 하늘 위로 띄우기도 했다.

■ 우리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 이날 행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는 묵주기도로 그 시작을 알렸다. 신자들은 더욱 소리 높여 기도했다. 안동교구 신자들도 기도에 힘을 싣기 위해 이른 새벽 출발해 4시간 만에 평화누리공원에 도착했다. 교구 사목국장 김정현 신부는 “햇볕은 뜨거웠지만 한국교회가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평화가 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봤다”면서 “우리의 기도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자로 나선 김명숙(에밀리아나·의정부교구 파주 봉일천본당)씨는 “남북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신자들이 모여 기도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바다 건너… 평화를 위하여!

◎… 평화누리공원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신자들로 붐볐다. 특히 이번 미사에는 16개 교구와 남녀 수도회, 신심단체 등 전국 각지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교구는 달랐지만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하나였다.

바다 건너 제주교구 신자들은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하루 전인 24일 오전 9시경 비행기에 올랐다. 1박2일 평화 순례에 나선 90여 명의 교구 신자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운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고용삼(베네딕토·제주 화북본당) 회장은 “평화를 갈구하는 신자들의 마음은 어느 교구나 같다”면서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당한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아픔에 공감하는 신자들이 함께했다”고 밝혔다.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이 6월 25일 오전 10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평화음악회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기원미사에서 평화를 염원하며 기도하고 있는 신자들.

8개 교구 대표 신자들이 한반도기를 봉헌하고 있다.

이날 평화기원미사를 공동집전한 주교단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한국 주교단도 기도로써 연대

◎… 더불어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한 이날 미사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등 12개 교구 한국 주교단과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 박현동 아빠스(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등이 공동집전해 평화를 위해 기도로써 연대했다.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축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인내와 끈기를 갖고 조화와 화합을 추구하고자 노력할 때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하셨다”며 “전쟁의 비극을 겪었던 이들의 마음이 평화로 따뜻해지기를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성슬기 chiara@catimes.krrn사진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