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욕망과 기대를 감당 못할 때 자녀들은 무기력해져”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정재우 신부)는 6월 21일 오후 6시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성의회관 5층 소피아의 방에서 ‘욕망과 파괴’ 주제 세미나를 진행했다. 올해 ‘생명과 인간의 욕망’이라는 큰 주제 아래 월례세미나를 열고 있는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는 인간의 욕망이 지닌 파괴적 양상에 대해 성찰해 보고자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
발제를 맡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많은 관계 중에서도 부모·자녀 관계는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나는 관계이고, 한국사회에서는 특히 부모가 어떠한 장애도 없이 자신의 욕망을 자녀에게 투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아이는 부모의 종교’가 되고, 그렇게 우상이 된 아이들은 부모를 위해 기적을 행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부모들은 자신이 자녀에게 양분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그 양분에 때로는 독이 들어있다고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부모의 욕망이 한국을 ‘모자 일체화 사회’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아이의 욕망은 없고 부모의 욕망만 아이에게 투영되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한 사회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면 무기력해지고,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대박자’(대가리 박고 자살하자)라는 노래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외침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사회가 자신과 타인을 분리할 수 있는 사회, 타인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사회, 자신의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사회, 타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회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