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제2대리구 명학본당 이만식씨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9-06-25 수정일 2019-06-25 발행일 2019-06-30 제 315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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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마음으로 성당 쓸고 닦다보니 성모님께서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
 3년 넘게 매일 성당 청소
“힘닿는 날까지 계속할 것”

3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본당에서 청소 봉사한 이만식씨가 6월 21일 안양 명학성당 성모상 앞에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서 있다.

“힘닿는 날까지 계속할 겁니다. 하느님과 성모님은 제 전부이시니까요.” 6월 21일 오전 8시 경기 안양 명학성당, 앞마당에 떨어진 나뭇잎을 쓸던 이만식(요셉·82·제2대리구 명학본당)씨는 이렇게 말했다. 3년여 전 세례를 받은 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성당 성모상과 주변 화단, 앞마당과 둘레길까지 관리하는 그는 ‘청소하는 양반’이다. 본당 신자들은 그의 이름은 몰라도, ‘청소하는 그 양반’은 안다. 오죽했으면 본당의 한 자매는 누가 시킨 게 아닌데도, 매일 청소하는 분이 있다면서 이씨를 본지 ‘칭찬 릴레이’ 대상으로 추천했다.

이씨가 3년 넘게 매일 청소하는 이유는 본당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자신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내를 비롯해 이미 천주교 신자인 가족을 따라 2016년 3월 세례를 받은 이씨는 예비신자 교육을 받을 때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본당에서 활동하는 형제자매들은 돈을 받고 하는 걸까, 돈을 받아도 저렇게 열심히 활동할 수 있을까 등의 궁금증이었다. 그러다 대부분 봉사자라는 걸 알게 됐고, 자신도 세례를 받으면 꼭 뭔가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얼 봉사할지 고민하던 이씨에게 가장 자신 있는 건 ‘청소’였다. 오랜 직업군인 생활로 정리 정돈은 이미 몸에 배어 있었다. 분리수거나 깨진 화분 처리, 먼지 앉은 성모상 물 청소하기 등 이씨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신자들은 “청소하는 그 양반, 그 양반 한 번 지나가면 그 뒤는 깨끗하다”고들 했다. 이제는 집에 누워서도 ‘어디를 청소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이씨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렇게 매일 청소하다 보니 이씨는 새롭게 느끼는 점들도 있다고 밝혔다. 바로 하느님과 성모님, 특히 성모님께서 자신 곁에 항상 함께하면서 돌봐주시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씨는 겨울철 성모상을 치우다가 언 눈에 미끄러져 넘어진 적이 세 번 정도 있는데, 그때마다 어디 하나 다친 데도 없이 멀쩡했다. 청소하면서는 ‘둘째 딸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최근 둘째 딸이 유방암 수술을 잘 받고 퇴원했다. 이씨는 “전부 성모님께서 듣고 지켜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씨는 “저에게는 하느님과 성모님뿐”이라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청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씨는 본당에 10년 넘게 봉사한 분도 있고 온 식구가 함께 봉사하는 가족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이제 3년 정도밖에 안 된 제 경력은 짧다”면서 “앞으로도 게을러지지 않고, 받은 만큼 베풀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