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도 베드로·최정숙… 교회는 ‘뮤지컬’ 전성시대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06-18 수정일 2019-06-19 발행일 2019-06-23 제 315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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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담긴 노래·춤·연기
신자 재교육·복음화 효과적
재정적 문제 해결과 더불어
교회 안팎 인식 개선 필수

노래와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인 뮤지컬.

우리나라 뮤지컬의 효시는 1966년 예그린 악단의 ‘살짜기 옵서예’로 본다. 그로부터 반백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뮤지컬은 바야흐로 전성시대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통계 자료에 따르면 뮤지컬은 연극, 클래식, 오페라, 무용 등 공연예술장르 가운데 관객 수(공연예술 전체 중 48.9%) 및 매출액(공연예술 전체 중 66.8%)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2019년 1월~6월 기준)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에 발맞춰 교회 내 문화 복음화 사업에 있어서도 뮤지컬의 입지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사도 베드로’.

본지는 2017년 창간 90주년을 맞아 뮤지컬 ‘사도 베드로’를 제작해 전국 순회공연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마산교구는 교구 설정 50주년 특별기획으로 ‘순교자의 딸 유섬이’를 제작했다.

교회 내 뮤지컬은 이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앙극의 차원을 넘어 사회극이나 역사극으로 진일보하고 있다.

6월 3일부터 6월 5일까지 제주 공연을 마치고 6월 26~30일 서울 공연(광화문아트홀, ※문의 02-2269-3217)을 준비 중인 제주교구의 창작 뮤지컬 ‘동 텃저, 혼저 글라-최정숙’(이하 ‘최정숙’)을 보아도 그렇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정숙’은 신앙인이기는 하지만 종교를 넘어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 의료인이었던 최정숙(베아트릭스·1902~1977)의 삶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라 비신자들에게도 호평과 공감을 얻고 있다.

‘순교자의 딸 유섬이’.

한편 6월 15일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은 뮤지컬 ‘밥처럼 옹기처럼’이 김 추기경이 유년 시절을 보낸 경북 군위군에 있는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에서 초연되기도 했으며, 내년이나 내후년쯤 뮤지컬 제작을 준비 중인 교구도 있다.

뮤지컬 ‘사도 베드로’, ‘최정숙’의 제작사이자 교회 내 대표적인 공연기획사인 가톨릭문화기획 IMD 박우곤(알렉시우스) 대표는 “최근 10년 새 교회 내 공연 문화 수준이 많이 향상된 것을 체감한다”며 “배우들도 예전에는 종교극 출연이 자신의 커리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비신자 배우들까지 오디션에 참가할 정도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동 텃저, 혼저 글라-최정숙’,

그러나 아직까지 어려움도 많이 있다. 뮤지컬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드는 장르라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 특히, 교회 내에서 관람료를 받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제작비 회수가 요원하다는 점이 문제다.

뮤지컬은 보고 듣고 느끼는 종합 예술이라는 점에서 신자 재교육과 복음화에 매우 효과적인 장르다. 앞으로 교회 내에서 더욱 수준 높은 창작 뮤지컬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