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는 ‘찬미받으소서 세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9-06-18 수정일 2019-06-19 발행일 2019-06-23 제 3150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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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져가는 ‘공동의 집’ 위해 지구촌 청소년들이 나섰다
16세 스웨덴 환경운동가 1인 시위 전 세계 청소년에게 큰 공감 얻어
동시 집회 참여 인원 100만 명 이상
한국 청소년도 집회·행진으로 동참
기후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과 학교 현장에서의 환경교육 강조 

한국 ‘청소년 기후 행동’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5월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학교 파업’ 시위를 하고 서울시교육청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 청소년 기후 행동 제공

교회 환경운동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을 통해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에 대답하지 않았고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대신, 청소년들이 나섰다. 그들은 스스로를 ‘찬미받으소서 세대’(Laudato Si’ Generation, http://laudatosigeneration.org)라고 부르며 어른들의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고 있다.

■ 기후 위기, 어른들은 뭐 하나요?

지난 5월 24일,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 서울 광화문광장 온도는 33℃, 체감온도는 무려 36℃에 달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청소년들이 모여 있었다. ‘524 청소년 기후행동’ 집회에 참여하러 온 청소년들이었다. 3월 15일에 이어 두 번째다.

청소년들은 정부의 기후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 강화를 촉구했고, 기후변화와 환경교육이 공식교육 과정 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은 기후변화를 야기한 4대 악당 국가 중 하나며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고 강조했다.

2시간여 집회 후 이들은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하고 환경교육 강화와 청소년의 사회참여 장려를 요구하는 서한을 교육청에 전달했다. 이들이 보기에 시민과 청소년들을 지구적인 환경위기에 둔감하게 만든 것은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 시스템이었다. 집회와 행진을 마친 청소년들은 다음 일정으로 잡힌 9월 20~27일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 전 세계 청소년들이 나섰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5월 24일, 전 세계 청소년들이 동시에 집회를 가졌다. 이 집회를 시작하고 이끈 것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forFuture, https://fridaysforfuture.org)이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2018년 8월 국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해 국제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조직된 범세계적인 운동이다. 공감한 수백만 명의 청소년들이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6월 6일 집계에 의하면, 5월 24일 131개국 1851개 도시에서 집회 소식이 들렸다. 집계가 이어지면서 숫자는 더 늘겠지만 이미 참가자 수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3월 15일에는 2379개 도시에서 188만 명이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툰베리는 4월 17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툰베리는 “지구는 불타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긴급한 관심을 요청했고, 교황은 청소년들의 ‘학교 파업’(school strike)를 적극 지지하며 “계속 밀고 나가라”고 격려했다. 5월 24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된 지 4년이 되는 날이었다.

3월 19일 ‘학교 파업’ 시위에 참가한 포르투갈 리스본의 청소년들. CNS 자료사진

3월 15일 ‘학교 파업’ 시위에 참가한 라트비아 리가의 청소년들. CNS 자료사진

3월 15일 ‘학교 파업’ 시위에 참가한 엘살바도르 수치토토의 청소년들. CNS 자료사진

■ ‘찬미받으소서 세대’

‘학교 파업’을 하고 거리로 나선 청소년들 중에는 스스로를 ‘찬미받으소서 세대’(Laudato Si’ Generation)로 부르는 가톨릭 신자 청소년들이 있다. 이들은 ‘가톨릭 기후 행동’(the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 이하 GCCM, https://catholicclimatemovement.global)의 ‘청소년 분과’에 해당된다.

‘찬미받으소서 세대’가 출범한 것은 지난 1월 파나마 세계청년대회 직후였다. 대회 개막 이틀 전, 40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였고 ‘선언문’이 발표됐다. 5개항의 선언문은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를 위태롭게 하는 생태적 불의를 지적하고, 생태적 회개와 가톨릭 청년들의 역할을 선언했다. 회칙을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고, 교회 지도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선언문은 국제카리타스 의장이자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인 루이스 타글레 추기경에게 제출됐고, 이로써 ‘찬미받으소서 세대’가 출범했다. 전 세계에서 2000명 이상의 15~30세 청소년·청년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학교 파업’은 조직 결성 후 참여하는 첫 대규모 캠페인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환경교육과 생태적 사고로의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미국의 가톨릭계 통신사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의 신자 청소년들은 ‘학교 파업’ 외에 주교들과 가톨릭계 학교들에 서한을 보내 회칙의 내용을 교육 과정에 포함시킬 것과 신앙에 바탕을 둔 환경교육 프로그램 개설을 요청했다. 시애틀 성 제임스본당 환경분과장인 루크 헨켈은 “다양한 교회 단체들이 있지만 회칙의 가르침을 적용한 활동은 거의 없다”며 “회칙의 가르침에 대한 인식이 교회 안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카리브해 연안의 작은 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기후행동 지도자인 아날리사 람사하이(31)는 “교황의 호소를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카리브해 연안 지역의 청소년들은 파괴적인 허리케인과 온난화, 홍수 등으로 기후변화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지만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을 환경 문제와 연결 지어 생각하지는 못 한다”며 신앙과 교회 가르침에 바탕을 둔 생태환경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우리는 모두 ‘찬미받으소서 세대’

스웨덴의 어린 소녀로부터 촉발된 ‘찬미받으소서 세대’를 포함한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은 어른들에게 뼈아픈 경고를 던진다. 오늘날 기후변화 현상은 심각한 존립의 위기를 경고한다. 빙하가 녹고, 태풍은 더 강력해졌다. 바닷물의 높이가 올라가고 홍수 피해가 늘었다. 무더위와 가뭄도 극심해졌다.

지구 위기에 대해 과학은 수없이 경고했다. 하지만 과학은 지구 환경위기를 분석하는 도구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최종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공동의 집’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과 도덕적 힘이 필요해졌다. 「찬미받으소서」는 그 대답이었다. 회칙은 자연과학의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문제 제기를 하지만, 해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생태적 회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찬미받으소서」에 충분히 응답하지 않고 있다. 그 때 아이들이 행동에 나섰다. 툰베리가 시작한 금요시위는 스웨덴을 넘어 유럽 전역, 나아가 전 세계로 퍼졌다. 가톨릭 신자 젊은이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찬미받으소서 세대’라고 불렀다.

그러면, 과연 ‘찬미받으소서 세대’는 단지 청소년들에 국한되는가?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책임 있는 이들을 ‘대화’와 ‘행동’으로 초대한다. ‘새롭고 보편적인 연대’(14항)의 길을 모색하고, ‘끔찍한 불의에 대해 침묵’(36항)하지 않으며, ‘자기 파괴적 행동’(55항)을 멈추라고 말한다. ‘대지의 울부짖음과 사회적 약자의 울부짖음을 같이 듣기’(49항) 위해서 ‘차별화된 책임’(52항)을 짊어질 것을 촉구한다. 사실 회칙은 지구행성 위에 사는 모든 이들을 대화와 연대, 구체적인 행동으로 초대한다. 우리는 모두 그 초대에 응답해야 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찬미받으소서 세대’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