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 초안으로 살펴본 교황청 개혁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9-06-11 수정일 2019-06-11 발행일 2019-06-16 제 314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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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화 중점 둔 수평적 조직으로의 변화
“교황청 관리의 역할은 봉사직”
교회 권한의 ‘건전한 분산’ 강조
전 세계 교회 소통 창구 만들고 교황청 내 평신도 역할 확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전경. 교황청은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를 통해 선교에 방점을 두고 개편할 예정이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직후부터 교황청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해 왔다. 오는 6월 말 발표 예정인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를 통해 교황은 교회의 핵심 사명인 ‘선교’에 방점을 두고 교황청의 조직을 개편할 전망이다. 새 교황령 초안을 통해 교황청 조직의 주요 변화를 미리 엿본다.

■ 선교하는 교회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 초안은 선교에 초점을 맞췄다. 교황청 관리들에게 ‘더 높은 권한을 가진 장상’이 아니라 교황과 전 세계의 주교들을 위한 종이 되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에 한때 막강한 권한을 누렸던 신앙교리성의 위상을 낮추고 인류복음화성과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통합해 새로 설립할 ‘복음화부서’의 중요도를 높였다. 우리 시대가 교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중요한 과제가 바로 선교, 즉 복음화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복음을 선포하여라」 초안은 교황청 조직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추기경과 대주교가 맡았던 부서장 자리에 평신도 남성과 여성이 책임감을 갖고 관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봤다. 초안은 서문에서 새로운 교황청 조직이 ‘선교적 회심’으로 평신도와 사제, 수도자, 주교단, 교황이 상호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음을 선포하여라」는 서문에서 “쇄신을 통해 교회는 구성원들이 가능한 가깝게 사도들이 살았던 선교 공동체로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호혜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교황청은 교황이 주교단과 개별 주교, 주교회의, 관련 단체와의 관계에서 수위권을 갖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울 임무가 있다”면서도 “교황청 조직이 교황과 주교단의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둘 모두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교황령 초안은 전 세계 주교들에게 전달돼 피드백을 받고 있다. 교황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인 6월 29일 의견을 반영한 새 교황령에 서명할 예정이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8년 반포한 「착한 목자」(Pastor Bonus)를 대체하게 된다.

■ 교황청 조직의 서열 변화

새 교황청 조직은 역할과 기능 면에서 기존의 교황청과는 궁극적으로 다른 면모를 보인다. 바로 성(congregation)과 평의회(pontifical council)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성은 보통 교황청의 행정적 업무를 담당해 왔고, 평의회는 교황의 자문기구 역할을 했다. 새 교황령은 국무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서’(dicastery)로 바뀐다.

현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이끌고 있는 국무원은 계속해서 교황청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갖는다. 이어서 복음화 부서(Dicastery for Evangelization)가 두 번째 자리에, 1542년 바오로 3세 교황이 설립해 ‘최고성성’으로 불렸던 신앙교리성이 ‘신앙교리 부서’(Dicastery for the Doctrine of the Faith)로 개칭되어 세 번째로 자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동방교회성이 ‘동방교회 부서’(Dicastery for the Eastern Church), 가톨릭교육성이 ‘교육과 문화를 위한 부서’(Dicastery for Education and Culture), 교황의 자선활동을 담당했던 교황자선소가 ‘자선을 위한 부서’(Dicastery for Charity)로 바뀐다.

특히 이번 구조 개혁으로 탄생하는 ‘복음화 부서’는 “말과 행동으로 그리스도를 알리고 증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복음화 부서는 두 개의 국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오늘날 세계에서 복음화를 위한 ‘궁극적인 질문’에 초점을 두고, 나머지 하나는 새로운 지역 교회의 설립과 동반, 지원을 담당한다.

■ 교황청 개혁의 12가지 원칙

짧은 서문과 243항으로 구성된 「복음을 선포하여라」 초안은 교황청 개혁을 위한 12가지 원칙도 함께 제시한다. 그중 첫 번째 원칙은 교황청 관리의 역할은 주교와 주교회의 봉사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두 번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계속해서 요청해 왔던 교회 권한의 ‘건전한 분산’이다.

세 번째는 지역 주교에 대한 우선적 봉사로, 주교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교황령은 “주교의 사명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교황청은 감독과 통제 혹은 더 높은 권한을 가진 결정권자의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면서 “교황청은 베드로의 후계자와 주교들이 효과적이면서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호혜적인 공동체를 목표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네 번째 원칙은 교황청은 전 세계 교회가 가장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 분석해 특정교회를 위한 플랫폼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원칙은 교황청 부서 내의 국(局)과 부(府)를 사제나 평신도가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여덟 번째는 주요 직책 인선에서 평신도를 더 기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두 번째 원칙으로 교황청 관리를 임명할 때 교회의 보편성과 대륙별 안배에도 신경 쓰도록 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