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험담이 모두 나쁜 것일까요?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9-06-03 수정일 2019-06-05 발행일 2019-06-09 제 314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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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판단할 수 없어

【질문】험담이 모두 나쁜 것일까요?

다른 사람을 근거 없이 험담하는 것은 중상모략이니까 나쁜 행위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말이나 행동이 악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사람이 주위에 있을 때, 그것에 대해서 말하고 비판하는 것도 모두 신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나쁜 행위일까요?

【답변】사람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판단할 수 없어

국내에서 ‘장발장’이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이 있습니다.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 소설은 프랑스 시민혁명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뮤지컬로도 유명한 이 소설에는 ‘장발장’과 ‘자베르’라는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선량하고 좋은 사람으로 장발장을 알고 있고, 상대적으로 죄를 지은 장발장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체포하려고 한 경찰관 자베르에 대해서는 악한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세상을 선과 악의 형태로 이분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익숙하다 보니, 이렇게 장발장과 자베르라고 하는 두 인물의 선악 구도로 보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관점으로 장발장의 죄와 사회적 정의를 지키려고 했던 신념가인 자베르에 대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인공 장발장은 가난하고 굶주린 가족들을 위해서 빵을 훔쳤고, 그 대가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뒤 가석방된 인물입니다. 장발장은 중범죄자로서 노란딱지를 항상 갖고 다니며 어디를 가더라도 그것을 제시해야 했습니다. 그는 노란딱지로 인해 마치 ‘주홍글씨’처럼 주변 사람들로부터 차별과 편견의 냉대를 받습니다. 장발장은 그래서 늘 분노하고,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님을 만났습니다. 장발장은 주교님의 은그릇을 훔치게 됩니다. 다시 잡혀 온 장발장에게 주교님은 오히려 은촛대까지 내주면서 “장발장, 내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했소. 내가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 값을 치렀소. 당신의 영혼을 어두운 생각과 영영 지옥에 떨어질 정신에서 끌어내어 하느님께 드린 것이오”라고 말을 해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발장은 굴뚝 청소를 하던 소년이 떨어트린 동전을 기어코 빼앗아 옵니다. 그러자 주교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이때 장발장은 조금씩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 동전을 소년에게 돌려주고자 했지만, 소년을 찾지 못하고 맙니다. 그리고 어느 신부님에게 도둑질을 했다며 자신을 잡아가라고 외칩니다. 그렇다면 장발장은 선한 사람일까요? 아니면 이기적이고 악한 사람일까요?

이에 반해 자베르 경감은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그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그의 사회적 정의며 실천인 것입니다. 가석방 도중에 사라져 버린 장발장을 17년 넘게 추적하다 보니 1832년 프랑스 항쟁까지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자베르 경감은 반군들에게 정체가 드러나고, 죽임을 당할 뻔합니다.

그 순간 그가 그렇게 체포하려고 뒤를 쫓던 장발장이 목숨을 살려줍니다. 그러자 자베르 경감은 스스로 믿어 오던 신념이 과연 옳은 것인지, 선과 악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진정 의미가 있는 일이었는지를 회상하며 결국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자베르 경감이 악인이라고 생각한 장발장을 체포하기 위해 매달렸던 17년간의 세월은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요?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누가 누구를 선과 악으로 구분해 단죄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는 선과 악을 모두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어떤 사람은 선하고, 누구는 악하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선과 악을 사람의 기준으로 판단하려다가, 오히려 죄를 짓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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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