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화로 만난 하느님] (12) ‘아버지의 영광 속으로 들어가는 예수님’ (주님 승천)

윤인복 교수 (아기 예수의 데레사·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
입력일 2019-06-03 수정일 2019-06-04 발행일 2019-06-09 제 3148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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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의 마지막… 천사 환호 가운데 하늘로 올라
성부-성자-마리아 수직 연결
어머니와 아들의 일치 드러내

제자들과 천사는 수평 연결
승천하는 예수께 경배 드려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천사들에게 둘러싸여 하늘로 오르고 있다. 예수님은 만돌라(Mandola·신성한 하늘과 빛 그리고 영광을 의미) 안에 오실 때는 말씀이 육신이 돼 오셨지만, 가실 때는 육신의 옷을 입은 채로 가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부활할 때 영혼과 육신으로 다시 살게 되리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일 것이다.

화가들은 예수님의 승천 장면을 표현할 때 일반적으로 하늘과 땅을 구분지어 하늘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영광스럽게 하늘로 오르는 모습으로, 지상에는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제자들로 나타낸다. 예수님 승천 장면의 몇 가지 유형을 보면, 예수님이 천사들의 시위(侍衛)를 받으며 몸 전체가 들어 올림을 받는 장면이나 화폭에 예수님의 몸은 보이지 않고 다리만 보이도록 그려진 경우, 예수님은 이미 구름 사이로 사라지고 산 위에 예수님의 발자국만 남겨져 있는 그림 등이 있다.

페루지노의 ‘그리스도의 승천’, 1495-1498, 캔버스에 유채, 325x266cm, 프랑스 리옹미술관.

■ 영광 속으로 들어가는 예수님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화가인 피에트로 페루지노(Pietro Perugino·1450년경~1523년)는 이탈리아 중부 도시에 있는 페루지아의 베네딕도회 성당 중앙 제대화에 제자들이 보는 가운데 하늘로 오르는 예수님의 승천을 그렸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자세하게 그리지는 않았지만 화가가 공간적인 명료함과 균형 잡힌 대칭구조 속에 예수님의 승천이 의미하는 바를 간결한 형태에 부드러운 색채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커다란 제대화는 성부 하느님께서 자리한 하늘 위의 영역과 사람이 태어나고 죽기까지 사는 땅의 영역으로 천상과 지상이 명확히 구분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은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모습을 가시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예수님의 지상생활과 천상생활을 구분함과 동시에 두 생활을 불가분의 것으로 만든다. 그림 전체 화면 구성은 깊숙하게 멀리까지 펼쳐놓은 풍경을 배경으로 중심부에 ‘성부 하느님-예수님-성모 마리아’로 연결된 수직과 ‘제자들-연주하는 천사들’로 연결된 수평으로 이뤄져 있다.

예수님의 몸은 당시 르네상스 화가들이 추구했던 인체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오른쪽 발에 무게 중심을 두어 S자 곡선으로 서 있는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 자세를 취한 예수님은 지상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며 오른손을 들어 축복하고, 왼손은 성부를 가리킨다. 예수께서는 아버지의 영광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마중 나온 듯 영원성을 상징하는 원 안에 세라핌과 천사들에 둘러싸인 성부는 그의 시선을 예수께 향하며 오른손을 들어 축복하고 있다.

또 하늘의 천사들은 예수께서 영광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축하기 위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악기를 연주한다. 더욱이 제자들의 머리 위에 있는 두 천사는 승천하는 예수님을 바라보는 제자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도록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긴 띠에는 각각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라는 말씀이 적혀 있다.

지상에는 성모 마리아와 제자들이 승천하는 예수님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하늘로 오른 예수님의 만돌라 끝은 성모 마리아 후광과 닿아 있다. 성경에서 예수님의 승천 때 성모 마리아가 그 장소에 있었다는 기록은 없지만, 화가는 예수님과 일직선상에 성스러움을 상징하는 푸른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를 기도하는 자세로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한 자세로 표현했다.

이는 어머니 성모 마리아와 아들 예수와의 일치 관계를 보여주며 마리아가 지상의 교회를 어머니의 사랑으로 돌본다는 뜻이다. 특히 정확한 수직적 구성 안에서 천상의 성부 하느님과 승천하는 예수님 그리고 지상의 성모 마리아의 시선과 동작은 이들의 움직임만큼이나 강렬한 심리적 교감을 보여준다.

체라노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1626~1628년경, 캔버스에 유채, 155x120cm, 개인 소장.

■ 영광 속에 함께하고픈 제자들

수평적 구성 안에는 천사들과 제자들이 배치돼 있다. 천상의 천사들은 악기 연주로 환호 소리를 높이며 예수님 승천을 경배한다. 지상에 있는 제자들은 예수님 승천의 경이로움을 다양한 표정과 다채로운 동작으로 알리고 있다.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쳐다보는 제자들의 자세는 다소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동작에는 놀라움과 찬미가 드러난다.

성모 마리아 양옆에는 교회의 든든한 두 기둥으로 불리는 베드로와 바오로가 서 있다. 많은 화가가 교회를 굳건히 지킨 베드로와 그리스도의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한 바오로의 모습을 그렸다. 화가들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라 베드로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모습이나 하늘나라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그린다. 열쇠는 베드로가 교회의 우두머리인 첫 번째 교황으로서 교황권의 우위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지혜의 상징인 바오로는 순교 때 사용된 큰 칼과 여러 교회 공동체에 보낸 서간을 상징하는 책을 든 모습으로 표현된다. 사실 화가는 바오로가 예수께서 승천할 때까지 아직 제자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가 어떤 제자들보다도 교회의 이방인 선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었기에 바오로를 다른 제자들과 동행시키고 있다.

반면 왼손에 책을 든 요한은 오른쪽 앞에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스승 예수의 승천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하지만, 그의 눈빛은 삶 속에서 예수께서 맡기신 과업을 충실히 수행할 것과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란 확신이 가득 차 보인다. 생명이신 예수께서 다시 나타나실 때 예수님과 함께 영광 속에 제자들(우리)의 구원도 완전히 이뤄지게 될 것이란 깊은 신뢰의 눈빛일 것이다.

윤인복 교수 (아기 예수의 데레사·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