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의 얼 서린 서소문, 신앙 북돋는 ‘열린 공간’으로 순교자 유해 안치된 서소문박물관 장례미사곡 레퀴엠 상설 공연으로 순례자들에게 위안 선사하기도 종교 불문 모든 이를 위한 곳으로 다양한 기획 전시 진행할 계획
■ 서소문의 부활
고가도로와 철도로 둘러싸인 서소문공원은 원래 도심의 섬처럼 붕 뜬 공간이었다. 공원에는 주로 노숙자들이 시간을 보냈고, 지하는 쓰레기처리장으로 활용됐다. 그래서 서소문공원과 박물관이 새 단장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사람들은 노숙자들이 공원에서 떠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공원과 박물관을 새 단장하면서 가장 먼저 놓인 것이 바로 티모시 쉬말츠 조각가의 ‘노숙자 예수’상이다. 이 청동 조각은 낡은 담요 한 장으로 온 몸을 감싼 노숙자의 모습을 한 예수의 모습으로 교황청에 설치된 것과 같은 작품이다. 이 공간만큼은 소외되는 이들이 단 한 사람도 없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45종의 나무 700여 그루와 33종의 풀꽃 9만500여 본을 심은 공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녹지다. 이곳은 2011년 7월 24일 서울대교구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서울 중구청에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 자원화 사업’을 제안하면서 마련된 공간이다. 가톨릭교회만의 성지로 꾸민다는 오해로 일부 시민·종교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오해가 풀린 지금은 오히려 화합의 장으로 거듭났다. 서소문박물관도 종교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현재 박물관에는 ‘한국현대조각의 단면’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 근·현대조각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전시는 1950년대 후반에서 현재까지의 작가 62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박물관은 앞으로도 다양한 기획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박물관 지하 1층에 자리한 강의실 ‘명례방’과 1만여 권의 서적을 소장한 도서관도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공간이다. 공원과 박물관 조성 실무를 맡아온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원종현 신부는 “서로의 다름을 차별로 규정하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의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공간을 준비했다”면서 “하느님은 우리만의 하느님이 아니기에 교회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복음적 가치, 인류 보편적 가치, 보다 하느님적인 가치를 드러내 시민사회와 소통을 이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