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혼모 시설 붕괴 위험… 신축 비용 부족해 발만 동동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9-06-03 수정일 2019-06-04 발행일 2019-06-09 제 314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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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 중인데, 집이 무너질거 같아요”
낙태 대신 생명 택한 미혼모들… 갈 곳 없어 애만 태워
‘성모의 집’ 직원들, 임시 거처에서 아기와 엄마들 돌봐

기존 ‘성모의 집’ 벽 등은 심각한 균열로 사용할 수 없어 신축이 불가피하다.

성모의 집에서 출산과 육아, 자립 등을 지원받은 미혼모들이 후원자들에게 보낸 카드 일부.

“아가야 안녕~, 널 낳을 엄마란다. 널 가진 걸 알고 난 후 못된 생각도 많이 했으니 네가 엄마 뱃속에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참 이기적인 엄마였지?”(유찬 엄마)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아기를 낳는다고… 상처 주는 말만 했지만, 이름도 모르는 후원자 분들의 사랑과 후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은하 엄마)

광주대교구 소속 목포 미혼모 시설 ‘성모의 집’에 머물던 초보 엄마들, 괴롭고 힘든 시간들을 지나온 뒤 이제는 감사와 설렘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가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었는지. 그들 곁을 지켜 준 것은 가족들보다도 오히려 ‘성모의 집’ 식구들이었다.

정금자 수녀(예수의 까리따스수녀회)는 이렇게 말한다.

“‘미혼모’라는 색안경을 벗고 보니, 이것이 사실은 엄마들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환경, 넓게는 우리사회의 문제였습니다. 낙태를 강요하는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저희 시설을 찾아와 아기를 낳는 초보 엄마들이 너무나 기특하고 감사합니다.”

2011년 목포시 동명동 4층 건물에서 시작된 ‘성모의 집’을 거쳐 간 미혼모만 지금까지 131명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자칫 세상을 보기도 전에 스러질 뻔한 어여쁜 새 생명, 129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엄마들은 태어난 아기를 돌보고 키우기 위해서 요리와 바리스타 자격증 등 홀로 설 수 있는 공부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큰 걱정이 생겼다.

초보 엄마들의 보금자리였던 건물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붕괴 위험이 높아졌다. 아기들이 더 이상 생활할 수 없었다. 안전진단을 받고 보수 공사를 하려니, 비용이 신축비 만큼 들 정도로 심각했다. 급히 근처 아파트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지만, 협소한데다가 인근 주민들의 불편한 시선으로 임시 거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성모의 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는 새 건물을 마련하기로 했다.

애당초 ‘성모의 집’이 있던 지역은 공장과 화물 창고들이 밀집한 지역이라 분진과 환경오염이 심각했다. 산모와 아기들이 살기에는 너무 열악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주거 환경이 양호한 목포시 산정동에 소박한 3층 건물을 짓기로 하고 대지를 구입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문제는 건축비다. 8억 원이 넘는 공사비 전액을 모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곳 저곳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현재 임시 거처로 삼고 있는 아파트에는 3명의 엄마와 1명의 아기, 생활지도사와 조리사, 사무국장 등이 거주하고 있다. 입소를 원하는 예비엄마들이 줄을 서 있어 마음이 급하다.

정 수녀는 “낙태라는 ‘쉬운’ 선택을 마다하고 생명을 낳을 용기를 낸 엄마들이 너무나 대견하다”며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을 나눠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61-279-8004 성모의 집, 후원계좌 농협 301-0220-4603-51 예금주 성모의집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