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봉고차를 직접 운전하시는 우리 신부님!

김화자(루치아·인천 송도2동본당)
입력일 2019-05-28 수정일 2019-05-29 발행일 2019-06-02 제 314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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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천 송도2동성당에 다니는 할머니입니다. 올해 초 주임 신부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부임하신지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평일미사 때, 신부님은 ‘내가 너에게’라는 곡을 색소폰으로 불러주시고는 의미 있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 한가족, 어머니이고 아버지이고 형제자매이니…, 제 한몸 여러분 위해 바치겠습니다. 우리의 고향인 천국, 아버지 하느님께 가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봅시다.”

그리고는 내일 미사를 위해 오늘의 독서와 복음을 3번씩 읽고 묵상하자는 말씀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저희 성당은 새 성전 마련을 위해 임시로 상가건물 7층을 성당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평일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신부님이 손을 내미시어 잡아주시더니 직접 성당문을 열어 주기까지 하셨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신부님은 미사 전이면 성당문 앞에서 신자들을 일일이 맞아주셨고 직접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멸치액젖 수백박스를 판매하시고 그 수익금으로 본당에 새 봉고차를 구입하시기도 했고, 새 봉고차 마련 이후 매주 수요일・금요일 평일미사가 끝나면 직접 운전하셔서 신자들을 집까지 태워주기도 하셨습니다. 화이트데이에는 미사에 참례한 모든 신자에게 하트 막대 사탕을 주셨고요, 성전 마련을 위해 힘을 보태시겠다며 식복사도 안두고 생활하고 계십니다.

신부님께서 손수 문을 열어주시고 차도 태워주시니 늘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미사에 더 열심히 참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무렵, 성주간 성목요일이 되었습니다. 그날 미사 중에 갑자기 예고도 없이 “평일미사 때 봉고차 타시는 자매님들 나오세요”하시더니, 손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너무 놀라 심장이 없어지는 줄 알았던 순간이었습니다. 큰 선물 안겨주신 성목요일의 아름다운 기억…. 날마다 떠올리며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이런 우리 신부님을 위해서 묵주기도 삼천삼백단을 봉헌할 것을 기쁨으로 약속합니다. 그리고 모든 성직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겠습니다. 주님 사랑 안에 감사기도 드립니다.

김화자(루치아·인천 송도2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