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난한 농촌교구. 이 세 단어는 올해 설정 50주년 맞는 안동교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산업화로 이농현상이 심화되던 시기인 1969년 5월 29일, 주교 1명을 비롯한 10여 명의 외국인 선교사와 한국인 사제 1명, 2만8000여 명의 신자로 시작한 교구는 92명의 성직자와 5만2000여 명의 신자로 구성된 공동체로 성장했다.

안동교구는 한국교회에서 여전히 가장 작고 가난하다. 하지만 이 작음과 가난함은 오히려 교구민의 신앙심을 깊게 하고 결속력을 높였다. 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작고 가난한 것이 신앙적으로는 도움이 됐다”면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함께 해야 한다는 공동체 정신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신앙으로 함께 가난을 견뎌낼 수 있었고, 공동체가 작았기 때문에 가족과 같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로 지난 50년 동안 교구는 열악한 조건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농촌사목과 환경사목, 사회사목의 강자로 성장했다. 가난하지만 주는 교회, 유교문화의 중심인 안동 사회를 열린 마음으로 포용하는 교회가 되어 지역 사회 안에서 안식처가 되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설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교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봉헌된 50주년 감사미사에서 교구 사제단은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가 그려있는 영대를 맸다. 여기에는 가난하지만 나눔의 삶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며 신앙생활의 쇄신에 힘써온 교구가 사목표어처럼 ‘기쁘고 떳떳하게’ 살아가 작고 가난하지만 하느님 보시기에 가장 ‘큰’ 교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