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말씀묵상] 사랑이 필요한 오늘

김창선(요한 세례자)rn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입력일 2019-05-21 수정일 2019-05-21 발행일 2019-05-26 제 314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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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6주일·청소년 주일
제1독서(사도 15,1-2.22-29) 제2독서(묵시 21,10-14.22-23) 복음(요한 14,23ㄴ-29)

오늘은 부활 제6주일이며 청소년 주일입니다. 교회는 해마다 5월의 마지막 주일을 청소년 주일로 기립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깨달아, 주님의 은총 속에 건강하게 자라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기도하는 날입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와 우정을 길러 감사하는 마음과 평화의 기쁨을 간직하고 자신의 삶의 길을 발견하여 사랑의 밀알이 되기를 삼가 청합니다.

교회는 급격히 변화되고 있는 시대문화에 청소년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이성에 입각해 신앙의 신비를 깨달으며, 그리스도 중심의 삶으로 생명의 문화를 창조하고 소명을 찾아 봉사할 수 있도록 일러주는 「YOUCAT」(청년들을 위한 교리서)을 발간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고 사랑의 삶에 응답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나라 103위 순교성인 시성식(1984) 때 한국을 최초로 방문하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꿈을 간직한 세계 젊은이들이 하느님을 찾고 그리스도를 사랑하며 자신의 길을 발견하는데 주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2~3년마다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하시어 오늘에까지 이어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세상의 젊은이들에게 영상으로 하신 훈화(2018. 5.)를 통해 “신앙은 디지털혁명의 선두주자”라는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교회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바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하시고 더욱 신심을 길러 그리스도의 향기를 지닌 평화의 밀알이 되기를 기원하십니다.

오늘의 제1독서인 사도행전의 말씀은 예루살렘 사도회의(49~50년경)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예루살렘의 일부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이 이방인 선교의 중심지인 안티오키아(Antioch, 고대 시리아의 수도)와 소아시아 지역에 내려와 이방인들도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사도 15,1)고 주장합니다. 신생교회에서 목숨을 걸고 선교하는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이들에게 맞섰지만 분쟁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소수의 신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원로들에게 올라가 이 문제를 제기합니다.(사도 15,2) 당시 예루살렘교회는 모 교회였으며 베드로를 비롯한 여러 사도들이 예수님의 공생활과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목격한 산증인으로 교회의 공동체생활과 전례규정 등을 결정하는 지도적 위치에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사도회의는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하느님을 경외하고 찬송할 수 있도록 신생교회의 이방인들은 유대교율법에서 원칙적으로 해방되어야 한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유다와 실라스가 공한을 소지하고 대표단으로 파견되어 우상에 바친 제물,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 불륜은 삼가라는 공동체 생활에 필수적 실천규정을 제외하고는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결정했음을 알립니다.(사도 15,22이하)

오늘의 제2독서인 묵시록의 말씀은 저자인 요한이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1)이란 영적 상징을 제시하고, 하느님과 어린양이 주권을 가진 터전인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이 세워졌음을 밝힙니다. 하느님의 도성은 모든 민족들이 함께 모인 거룩한 교회로 이해됩니다.(시편 48,2; 87,3; 이사 60,14) 이 도성에는 열두 천사가 지키고 열두 지파의 이름이 적혀있는 열두 성문은 교회가 열두 사도와 예언자들의 기초위에 세워졌음을 말해줍니다.

세르비아 지카수도원의 ‘성령’ 프레스코화.

그리스도는 교회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빛으로 드러내시는 교회의 등불이십니다.(묵시 21,11. 22-23) 예수님은 세상의 빛이시기에 그분을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으며, 둘이나 셋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 주님께서 함께하십니다.(요한 8,12; 마태 18,20) 거룩한 성전은 그리스도의 가족들이 자라는 신앙의 샘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드러냅니다.(시편 87; 에페 2,19-20)

오늘의 그리스도인은 성령께서 이끄신 교회사 속에 이룬 사도전승, 교부들과 신학자들의 지혜에 힘입어 신앙의 신비를 쉽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만찬이 끝나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랑의 새 계명을 주셨지요. 오늘의 복음 말씀이 전하는 바와 같이 누구든지 주님을 사랑하면 그 말씀을 지키게 되고, 주님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고 함께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 곁을 떠나시며 보호자 성령을 보내주신다고 약속하십니다. 오늘 요한복음 말씀은 성령은 세 가지 기능을 밝힙니다. 성령은 교회에 주님의 영원한 현존(14,23)입니다. 다음으로 성령은 예수님(진리)의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하여 복음을 증거(14,26)하게 합니다. 끝으로 성령께서는 그들에게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를 줍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가 함께하기에 이젠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낼 일도 없습니다.(14,27)

청소년 주일을 맞아 성령의 은총 속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깊이 새겨보면 좋겠습니다. 인류의 죄를 구원하기 위하여 어린양으로 희생제물이 되신 그리스도의 위대한 사랑 덕에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부활의 희망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 그리스도인은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압니다.

가난과 실업, 불평등과 소외, 어둠과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은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의 밀알이 되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각자의 소명대로 일상에서 복음을 증거하고 자비의 손길을 펼치는데 성령께서도 함께해 주시고 필요한 은총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김창선(요한 세례자)rn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