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서 순교한 친구를 위해 작곡? 구노의 ‘아베 마리아’와 관련 없어
‘아베 마리아’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특정한 선율이 있을 것이다. 가곡 ‘아베 마리아’는 슈베르트, 구노, 마스카니 등 유명 작곡가의 곡만 해도 여러 가지다.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에게도 친숙한 노래인 ‘아베 마리아’. 우리에게 익숙한 가곡 ‘아베 마리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뒷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성모 성월이 다 가기 전에 ‘아베 마리아’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감상해 보면 어떨까. ■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가사는 성모송이 아니었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지금이야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로 된 성모송 가사로 많이 불리지만, 원래 가사는 성모송이 아니었다. 이 곡은 1825년 슈베르트가 영국의 시인 스콧의 서사시 ‘호수의 여인’ 가운데 ‘엘렌의 노래’의 독일어 번역본을 가사로 만들었다. 내용은 호수의 바위 위에서 성모에게 애원하는 소녀 엘렌의 기도를 담았다. ‘아베 마리아 성모여 방황하는 내 마음 그대 앞에 꿇어 앉아 하소연하니 들으소서. 내 기도 드리는 마음 평안히 잠들여 주소서 어린 소녀의 기도를 성모여 돌보아 주옵소서’. 경건하면서도 간절한 선율의 이 노래는 200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애창되고 있다. ■ 구노의 ‘아베 마리아’가 조선 순교자를 위한 곡이라고?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와 쌍벽을 이루는 이 곡은 1853년 작곡됐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듣는 순간 바흐의 음악이 절로 떠오를 것이다. 이 곡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BWV 846 중 전주곡 1번에 구노가 가락을 붙인 것이다. 다시 말해 바흐의 곡이 반주에 해당한다면, 구노는 곡을 이끌어가는 선율을 추가했다. 이 곡은 구노가 작곡할 당시에는 가사가 없었으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859년에서야 지금의 라틴어 성모송 가사를 갖추게 됐다. 그런데 이 곡은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 황당한 유명세(?)를 치렀다. 이 곡이 조선에서 순교한 구노 친구의 죽음을 애도한 곡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 친구가 다블뤼 주교다, 앵베르 주교다 등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몇 사제들이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 글을 역사적 사실과 함께 조목조목 적어 인터넷에 직접 올리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휴대폰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낭설이 계속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구노 자신이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오르가니스트였던 때가 있지만, 이 곡은 조선 순교자와 아무 관계가 없다. 구노가 순교자 현양을 위해 작곡한 곡은 가톨릭 성가 284번 ‘무궁무진세에’이며, 이 곡 또한 처음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었다.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