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곡 ‘아베 마리아’ 뒷이야기들… 그 진실 속으로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05-21 수정일 2019-05-22 발행일 2019-05-26 제 3146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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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서 순교한 친구를 위해 작곡?
구노의 ‘아베 마리아’와 관련 없어

‘아베 마리아’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특정한 선율이 있을 것이다. 가곡 ‘아베 마리아’는 슈베르트, 구노, 마스카니 등 유명 작곡가의 곡만 해도 여러 가지다.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에게도 친숙한 노래인 ‘아베 마리아’. 우리에게 익숙한 가곡 ‘아베 마리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뒷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성모 성월이 다 가기 전에 ‘아베 마리아’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감상해 보면 어떨까.

■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가사는 성모송이 아니었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지금이야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로 된 성모송 가사로 많이 불리지만, 원래 가사는 성모송이 아니었다.

이 곡은 1825년 슈베르트가 영국의 시인 스콧의 서사시 ‘호수의 여인’ 가운데 ‘엘렌의 노래’의 독일어 번역본을 가사로 만들었다. 내용은 호수의 바위 위에서 성모에게 애원하는 소녀 엘렌의 기도를 담았다.

‘아베 마리아 성모여 방황하는 내 마음 그대 앞에 꿇어 앉아 하소연하니 들으소서. 내 기도 드리는 마음 평안히 잠들여 주소서 어린 소녀의 기도를 성모여 돌보아 주옵소서’.

경건하면서도 간절한 선율의 이 노래는 200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애창되고 있다.

■ 구노의 ‘아베 마리아’가 조선 순교자를 위한 곡이라고?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와 쌍벽을 이루는 이 곡은 1853년 작곡됐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듣는 순간 바흐의 음악이 절로 떠오를 것이다.

이 곡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BWV 846 중 전주곡 1번에 구노가 가락을 붙인 것이다. 다시 말해 바흐의 곡이 반주에 해당한다면, 구노는 곡을 이끌어가는 선율을 추가했다. 이 곡은 구노가 작곡할 당시에는 가사가 없었으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859년에서야 지금의 라틴어 성모송 가사를 갖추게 됐다.

그런데 이 곡은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 황당한 유명세(?)를 치렀다. 이 곡이 조선에서 순교한 구노 친구의 죽음을 애도한 곡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 친구가 다블뤼 주교다, 앵베르 주교다 등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몇 사제들이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 글을 역사적 사실과 함께 조목조목 적어 인터넷에 직접 올리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휴대폰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낭설이 계속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구노 자신이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오르가니스트였던 때가 있지만, 이 곡은 조선 순교자와 아무 관계가 없다. 구노가 순교자 현양을 위해 작곡한 곡은 가톨릭 성가 284번 ‘무궁무진세에’이며, 이 곡 또한 처음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었다.

샤를 루이 드 프레디 쿠베르탱의 ‘선교사의 출발’. 파리외방전교회 본부에 걸려 있는 작품으로 흰 수염 기른 인물(가운데)이 구노다. 구노가 순교자 현양을 위해 작곡한 곡은 가톨릭 성가 284번 ‘무궁무진세에’다.

■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작곡가는 카치니가 아닌 바빌로프

20세기 음악계에서 벌어진 촌극 중 하나가 바로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주로 활동한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가 1970년대에 당시 소련, 지금의 러시아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곡은 카치니의 음악 스타일과 판이하게 달랐으나, 진위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여러 성악가들이 부르며 인기를 모았다. 후에 밝혀진 이 곡의 진짜 작곡가는 러시아의 류트·기타 연주자이자 바로크 음악 연구가였던 블라디미르 바빌로프(1925~1973).

내막은 이러했다. 무명 작곡가였던 바빌로프가 자신의 곡이 사랑받길 원하는 마음에 작곡가 불명 16~17세기 류트음악으로 음반을 발매했던 것. 바빌로프 사망 2년 후, 그의 친구였던 오르가니스트 마크 샤킨이 이 곡을 ‘카치니의 것’이라고 부연한 통 큰 거짓말이 사실로 굳어지고 말았다.

결국 진실은 밝혀졌으나 아직도 이 곡은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 곡이 대중들에게 사랑받길 원했던 바빌로프의 소망은 어떻게든 이뤄진 것일까.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