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멘토를 찾고 싶습니다

이찬 신부rn(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9-05-14 수정일 2019-05-14 발행일 2019-05-19 제 314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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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 고통 이겨내고 경청하는 분 만나길

【질문】멘토를 찾고 싶습니다

살아가다 보니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조언을 해 주고 올바른 방향을 알려 줄 사람을 찾고 싶어지곤 합니다. 이른바 멘토를 찾고 싶은데, 어느 정도까지 그런 분들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분을 만나서 멘토로 삼아야 할지요.

【답변】신앙으로 고통 이겨내고 경청하는 분 만나길

제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그런 어려움들을 피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서 학위도 받고, 상담을 전담으로 하는 사제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제가 심리상담 전문가가 되고 나서 주위 분들 중에서 제가 살아오면서 많은 고생을 한 것은 모두 다 하느님께서 준비한 것이라고 말씀한 분이 계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위해 예비한 길을 제가 따라 왔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많이 아파 봐야 정말 힘든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니 제게 하느님께서 미리 그런 길을 예비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씀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리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은 굳이 왜 저를 택해서 그런 가시밭길로 인도하셨는지, 나보다 더 나은 능력이 있고 고통도 덜 어렵게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을 택하시어 이런 일을 시키시지, 왜 나를 택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한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을 상담하는 사제가 됐으니 멘토로서의 역할을 제가 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제가 과연 다른 사람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인지 의문을 가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멘토가 어떤 분이어야 할지 저도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삶에 대한 조언도 해 주고, 삶의 방향도 제시해 주고, 정신적으로 기댈 수도 있게 해 줘야 한다면 말처럼 쉽지 않고 꽤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분을 찾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제게도 그런 멘토 같은 어른이 계십니다. 그렇지만 늘 기대기는 사실상 어렵기도 합니다.

멘토가 될 만한 분은 자신의 어려움을 신앙 안에서 잘 겪어 이겨내고 하느님과 편안한 관계를 맺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리학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면 ‘자아 탄력성’이 높은 분이면 좋겠습니다. 자아 탄력적인 사람은 습관적인 자아 통제 수준을 적절히 수정함으로써 변화하는 삶의 환경에 맞춰 유연성과 적응성을 보이며, 때로는 계획적이고 조직적이며 때로는 자발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융통성이 있고, 낙관주의적 경향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즉 어려움에서도 잘 벗어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라고 해석이 됩니다.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고 나눌 줄 아는 분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여 주는 분이면 멘토로서 적합할 것입니다. 조언한다고 해서 자신의 경험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만을 한다면 함께 하기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담을 하는 현장에서는 ‘경청’이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잘 들어 주기만 해도 상처 치유가 되는 경우가 많기에 멘토는 잘 들어 주는 사람이어야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댈 마음이 생길 분이라면 그분 스스로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는 것은 정도를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사랑하는 사람도 스토커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 안에 마음을 두고 사람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는 분이라면 이 시대의 멘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게 당신의 귀를 기울이시고 어서 저를 구하소서. 이 몸 보호할 반석 되시고 저를 구원할 성채 되소서.”(시편 31,3)

※ 질문 보내실 곳

[우편] 0491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7층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rn(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