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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편지] 보약을 안겨 준 딸과 며느리 / 박복금

박복금(스콜라스티카)rn시인
입력일 2019-05-14 수정일 2019-05-14 발행일 2019-05-19 제 314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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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태 순간부터 하느님의 첫 선물인 생명의 섭리를 온전히 받아 준 큰딸 ‘에밀리아나’와 작은딸 ‘암브로시오’, 며느리 ‘효주 아녜스’야. 너희는 참으로 대단하구나. 요즘 많은 여성들이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는 세상이 됐는데도, 너희는 하느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해 살아가는 그 마음이 대견스럽고 고맙단다. 하느님의 말씀은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9)는 것이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젊은 세대의 다양한 고민을 매스컴을 통해 들을 수 있잖니. 출산 포기, 사교육비용 과다 지출, 내 집 마련의 꿈,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육아로 인한 경제적 부담, 구직난으로 인한 결혼 지연, 개인주의 확산으로 인한 결혼 기피현상 등….

그런데도 너희 셋은 아이들을 주님이 주신 은총으로 생각하고 돌보고 있잖니. 에밀리아나는 바쁜 직장 생활 중에도 육아를 열심히 하고, 암브로시오와 효주 아녜스도 각각 두 명의 손자 손녀를 기쁨으로 임신해 낳았잖니.

가끔 너희 가정을 방문할 때면 아들과 사위가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모습마저도 뿌듯하고 정겨워 보였단다. 가정과 사회생활을 적절하게 잘 분담해 살아가는 가정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때도 있단다. 뉴스나 신문에서 취미생활을 위해서, 해외여행을 위해서 자식을 포기한다는 등의 얘기를 들을 때면 생명을 택한 너희에게 고마움이 더욱 크단다.

시댁이나 친정에 육아 의존도가 높은 이 시기에도 너희는 한 번의 육아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면서 손자 손녀들을 잘 키우고 있지. 그 모습을 볼 때면 나는 너희가 꼭 높은 산 정상을 향해 묵묵히 산행하는 산악인 같단다.

정말이지 지금 사회는 동네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우리 가정에서는 이렇게 손자 손녀가 5명이나 되고 이들 또한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른다. 이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2~3년 뒤면 암브로시오와 효주 아녜스도 다시 직장생활을 하겠지만, 복직하는 날까지 그리고 복직해서도 남편들과 손발을 잘 맞추며 귀여운 자녀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슬기롭게 분담하리라 믿는단다. 슈퍼우먼은 되지 못해도 항상 설레는 마음과 뿌듯함, 기쁨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지혜롭게 보내줬으면 좋겠단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맞벌이 부부들 누구나 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정책이 실시되면 정말 좋겠다. 많은 딸과 며느리들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직장을 관두고 경력단절 여성으로 있으니 말이다.

‘미쳐야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단다. 꿈을 크게 가지면 깨져도 조각은 남는 법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지금까지 손자 손녀가 잘 크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 만족스럽단다.

많은 아기들이 태어나 드넓은 어린이 놀이터와 학교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그 날을 고대하고 있단다. 한국의 많은 손자 손녀들이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 주기를 바라면서 내가 지은 동시 ‘날까 말까’를 띄운다.

‘들리나요/보이나요// 타박타박/발걸음 소리 사라진 놀이터/뜨끔뜨끔/두근두근/딩크족 유행어 소리/찔끔 부끄러운 소리// 아장아장/걸음마 소리/까르르 까르르/아가의 웃음소리// 왁자지껄/어린아이 떠드는 소리/시끌벅적 싸우는 소리/웅성웅성 모래성 쌓는 소리// 한 자녀 더 낳아/북적북적 행복놀이/오순도순 가족놀이’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복금(스콜라스티카)rn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