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84) 천상의 기쁨 (상)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nrn
입력일 2019-05-07 수정일 2019-05-08 발행일 2019-05-12 제 314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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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발달 장애 아이들의 여름캠프에 봉사자로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수도원 신부님이 그 캠프 담당자분을 잘 알고 있었고, 그분이 캠프 봉사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서 나를 찾아와 함께 봉사하자며 권유했습니다. 일정을 확인해 보니 특별한 것이 없어서, 발달 장애 아이들의 4박5일 여름 캠프에 돌보미 역할로 참가하게 됐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친척 중에 발달 장애가 있는 조카가 있고, 발달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관심은 많지만, 막상 그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다가가기가 어려웠기에 나름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참석을 결정했습니다.

8명의 발달 장애 아이들이 참가하는 소그룹 캠프였고, 프로그램 담당자는 20명 정도가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담당자들 중에는 발달 장애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 담당자가 있었고, 장애 아동 부모 교육 프로그램 담당자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 나와 동료 신부님, 그리고 다른 세 명 정도의 봉사자는 돌보미가 되어, 부모들이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캠프를 시작하는 당일 날, 캠프장 신부님으로부터 아이들 명단과 담당 돌보미를 확인했는데, 나는 캠프에 참석한 세쌍둥이를 맡게 됐습니다. 동료 신부님은 심한 자폐 증상을 갖고 있는 형제 아이들을 맡게 됐습니다. 아침 일찍 동료 신부님과 나는 약속한 장소로 갔고, 프로그램 담당자들이 다 모이자 여름 캠프가 진행되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캠프장에서 서울과 지방에서 발달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됐습니다.

캠프장에서 나는 세쌍둥이와 더불어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세쌍둥이의 모습은 천진난만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놀란 것은 세쌍둥이의 부모였습니다. 솔직히 내 마음속에선 걱정이 앞섰습니다. ‘자폐를 앓고 있는 세쌍둥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안타깝게 만드는데, 그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고 지친 모습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리, 부모님은 자폐를 가진 세쌍둥이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살아온 따스한 부모였습니다. 세쌍둥이도 부모에게 어릴 때부터 체계적이며 끈기 있는 반복 교육을 잘 받아서 그런지 ‘정상인가, 장애가 있기는 있나’ 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캠프 중에도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나와 소통이 된다는 인상을 주었기에, 문득 세쌍둥이를 잘 키워준 부모에게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프로그램은 진행됐고, 세쌍둥이는 내가 자신들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지 내 주변을 맴돌면서 말도 걸고, 자기표현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내심, ‘이 녀석들이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세쌍둥이는 프로그램 중 잠깐씩 쉴 때 핸드폰 오락을 찾곤 했습니다. 외부 활동 프로그램을 할 때면 세쌍둥이가 서로 다른 행동을 하곤 해, ‘아! 내가 팔이 세 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 난감함을 경험한 적도 있습니다.

첫째 날, 부모님은 프로그램 중이었던 터라, 아이들 프로그램이 끝나자 나는 세쌍둥이가 샤워를 하도록 안내했습니다. 내가 별로 할 일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샤워기 줄만 잘 잡고 있으면 아이들 스스로가 물이 나오는 방향에 따라 머리도 감고, 몸에 비누칠도 하고, 수건으로 자기 몸을 닦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저 등에 비누칠을 해 주고, 머리를 좀 더 바싹 말려주는 그 정도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후 하루하루가 지나고 캠프의 넷째 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내 눈앞에 펼쳐진 그 놀라운 순간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명장면이…!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n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