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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시노드 폐막] 인터뷰 /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04-30 수정일 2019-05-02 발행일 2019-05-05 제 3143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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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문 활짝 열고 이제 새롭게 출발할 때”

4월 27일 대전교구 시노드 폐막미사에 참례한 이들에게는 간이 방석과 함께 작은 탁상 액자가 기념품으로 주어졌다. 이 액자에는 교구장 유흥식 주교의 친필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출발’하는 교회는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교회입니다. 이제 출발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에 관한 권고 「복음의 기쁨」 46항과 49항의 첫 문장이었다. 이 문구는 최종문헌의 제목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문을 활짝 열고’를 품는 배경이기도 하다. 작은 기념품의 모습에서도 시노드를 통한 변화, 쇄신 열망이 강하게 엿보였다.

폐막미사를 이틀 앞둔 4월 25일, 유흥식 주교를 만나 3년 5개월 동안의 시노드 여정과 폐막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유 주교는 “시노드 전 과정은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들이 새로운 신앙을 체험한 자리”라며 “시노드는 ‘함께 가는 여정’이므로, 시노드에서 나눴던 모든 주제의 구체적 실행을 위한 대장정을 다시 새롭게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흥식 주교는 대전교구 시노드가 “교구가 직면한 상황을 함께 의논하며 ‘오늘 이 자리’에서 교구 하느님 백성이 경험하는 신앙과 현실의 격차와 어려움을 밝히는 계기였다”고 말한다. 사진 박원희 기자

“교회의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하느님 백성들이 둘러앉아 서로 대화를 나눴다는 자체가 매우 큰 경험입니다. 더불어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체험했다는 것도 수확입니다. 교회의 본 모습을 본 것입니다. 이미 변화와 쇄신은 시작됐습니다.”

유 주교는 대전교구 시노드를 “다른 교구 시노드와 달리 교구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개방돼 가능한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사목 현장의 깊은 목소리를 담아내는 귀한 은총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신학적 해석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가르침을 선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닌, 교구가 직면한 상황을 함께 의논하며 ‘오늘 이 자리’에서 교구 하느님 백성이 경험하는 신앙과 현실의 격차와 어려움을 밝히는 계기였다”고 덧붙인 유 주교는 “대전교구의 소중한 유산이 오늘 우리가 당면한 과제를 복음화의 빛으로 비춰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힘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전교구 시노드 폐막미사 기념 탁상 액자. 유흥식 주교의 친필 문구가 새겨져 있다. “‘출발’하는 교회는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교회입니다. 이제 출발합시다!”

이런 단계 속에서 ‘순교’, ‘사제’, ‘평신도’ 3가지 의제가 「복음의 기쁨」과 교구 정체성의 뿌리인 ‘순교 영성’이라는 대전제 하에 폭넓게 논의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순교자 학교’ 개설 등에서 시노드를 시작하며 순교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북돋워지는 것을 느낀다”는 유 주교는 “앞으로 교구 성지에 대한 약전도 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유 주교가 이번 대전교구 시노드의 특징으로 꼽는 부분이다.

“시노드의 전과 후를 비교할 때,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평신도의 태도 변화를 느낍니다. 단순히 사제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제와 함께 교회와 교구를 위해 의견을 솔직히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바탕에는 평신도가 분과의 장을 맡아 사제들을 이끌며 회합을 한 점도 크게 자리한 것 같습니다.”

특히 유 주교는 “이전의 타 교구 시노드에서 볼 수 있었던 전문위원 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것도 평신도들의 발언을 끌어낼 동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내부에서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지 찾는 과정 자체가 더 핵심이었기에, 좀 오래 걸리고 돌아서 가는 길이 되더라도 하느님 백성이 함께 가는 과정 자체에 방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최종문헌에 대해 “‘교회는 시노드’라고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 뜻에 맞춰 시노드 사목을 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한 유 주교는 “교회는 ‘하느님 백성들이 열린 마음으로 성령의 소리와 이웃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참여하고 공동 책임을 느끼면서 공동으로 성령의 뜻을 식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항상 열린 대화를 통해 하느님 백성의 뜻을 모으고, 앞으로 적어도 5년 동안 시노드에서 나온 제안들을 단기, 중·장기로 식별해 우리 처지에 맞게 실행하는 교구 사목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종문헌에 언급된 ‘사목연구소’ 건립과 ‘사제생활지침’ 마련은 시노드의 제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유 주교는 “4월 6월 기공식을 가진 대전교구 신청사는 이런 시노드 정신을 담아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검소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건립될 것이며, 교회 본연의 업무를 수행함은 물론이고 세상과 소통하며 열려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신청사 완공을 기다리지 않고 기존 청사를 최대한 활용하여 가능한 대로 필요한 부서를 신설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시노드 시작 때부터 ‘하느님 소리를 듣겠다’,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듣겠다’는 다짐 속에서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항상 들으려고 노력했고, 정말 많이 기도하며 식별하려 애를 썼다”는 유 주교. 그 과정은 교구장으로서 하느님 백성들의 교회에 대한 큰 사랑을 목격하고,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고픈 열망이 큰 것을 살피는 시간이었다.

유 주교는 “아직도 신앙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해되는 아쉬운 면을 보고 있지만 ‘믿음과 삶이 일치하는 신앙인이 되는 방법, 길이 무엇일까를 많이 기도하며 숙고한 시기’였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최종문헌 내용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시노드 체험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유 주교는 “시노드를 마감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면서 항상 순교자들의 믿음과 삶을 본받으며 부활하신 예수님과 성령을 믿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으로 일상으로 들어가자”고 당부했다.

“교회의 선교 사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동 책임을 느끼며 공동으로 성령의 뜻을 식별하며 삽시다. 특히 하느님 안에서는 많이 봉사하고 많이 사랑하는 이가 첫째이므로, 많이 봉사하는 경쟁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 대전교구 시노드 진행 경과

대전교구 시노드는 2015년 12월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희년’ 개막과 함께 개최가 선포됐다. 이후 7개월의 기초단계를 거쳐 2016년 7월 5일 당진 솔뫼성지에서 시노드 준비단계를 시작하며 ‘시노드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017년 12월 8일 시노드 본회의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순교’, ‘사제’, ‘평신도’의 세 가지 의제를 선정했다. 2018년 2월 5일 대의원 선출을 통해 5차례 본회의 전체 회의를 진행했다.

2019년 3월 23일 최종건의안을 확정해 교구장 유흥식 주교에게 봉정했다. 4월 27일 3년 5개월의 여정을 마치고 폐막미사를 거행하면서 새로운 미래 사목 방향과 실천 내용을 담은 최종문헌을 선포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