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전교구 시노드 폐막

이주연 miki@catimes.krrn사진 최용택
입력일 2019-04-30 수정일 2019-05-02 발행일 2019-05-05 제 314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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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과 ‘순교 영성’ 녹여낸 교구의 새 길 제시
평생교육·소통과 친교 등 23개 주제 56개 건의안
교구민 목소리 반영한 구체적 실천사항 담아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4월 27일 솔뫼성지에서 봉헌된 대전교구 시노드 폐막미사 중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김광현 회장에게 최종문헌을 전달하고 있다.

◆ 시노드 최종문헌, 무엇을 담았나

대전교구 시노드 최종문헌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문을 활짝 열고」는 총 3부로 구성됐다.

제1부는 ‘대전교구 시노드 정신의 성찰과 새로운 출발 : 「복음의 기쁨」과 순교 영성’ 제목으로 시노드의 대전제가 되는 「복음의 기쁨」과 순교 영성에 비춰 그간의 모든 시노드 여정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1·2장으로 나뉜 가운데 1장은 「복음의 기쁨」과 순교 영성의 의미와 결실, 그에 대한 반성의 결론을 살폈다. 2장은 이를 바탕으로 교구가 나아갈 변화의 방향을 고찰했다.

제2부에는 ‘하느님 백성들의 목소리, 시노드 최종 건의안에 대한 교구장의 응답’을 실었다. 이는 실질적인 최종문헌이자 시노드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시노드 여정 속에서 드러난 사제·수도자·평신도의 목소리를 확인하면서 교구 쇄신을 위해 이뤄야 할 구체적인 실천 사항과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제3부는 기초·준비·본회의 단계를 거쳐 마무리된 최종 건의안이다. ‘사제’ 영역에서 9개, ‘평신도’ 영역에서 14개 등 총 23개 주제에 걸쳐 56개 건의안이 제시됐다.

이번 최종문헌은 교구 최고 사목자로서 교구장이 교구 백성들에게 보내는 사목서한 형태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교구민 모두에게 의미 있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문헌이기에, 되도록 어려운 표현과 형식을 피하려 한 노력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제2부 ‘하느님 백성들의 목소리, 시노드 최종 건의안에 대한 교구장의 응답’ 중심으로 최종문헌을 살펴본다.

■ 사제와 평생교육

최종 건의안에서 드러난, 사제와 평신도 모두의 지속적인 교육과 양성에 대한 깊은 관심이 반영됐다.

문헌은 기존 사제 연수 내용을 재검토하고 「사제생활지침서」를 만들 것을 밝혔다. 시노드는 본회의 과정을 통해 사제들만으로 핵심그룹을 만들어 사제 자신의 신원과 구체적인 삶에 대해 살핀 바 있다. 「사제생활지침서」는 사제의 영성 생활, 신자들과의 관계와 여성 신자들과의 관계, 피정, 연수, 취미생활과 휴가 등 사제들이 나눈 대화의 모든 것이 종합될 것으로 보인다. 문헌은 이 지침이 사제가 ‘양 냄새 나는 목자’, ‘가난한 목자’의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

신자들의 평생교육과 관련해 문헌은 본당과 지구 차원에서의 양성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구 내 신자 교육 및 연수 상황을 참고하고 최종 건의안에서 제시된 방안들을 수렴해 새로운 양성 계획이 수립될 것임을 밝혔다. 향후 평신도 교육의 다양화가 예상된다.

■ 소통과 친교

소통과 친교는 최종 건의안 중 사제 평신도 평생교육 다음으로 중요하게 다뤄진 주제다.

문헌은 ‘성직자국’ 설치 운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주교와 사제들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또 사제와 평신도의 친교와 소통을 위해 본당 사목협의회 운영에 관한 지침을 검토하고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교회의 현재이며 미래인 청년들이 사목협의회에 직접 참여하는 길도 열려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 소공동체 교육

오래전부터 모든 교구에서 전개해 온 교육이지만, 앞으로도 교구 내에 더 깊게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헌은 본당 구성원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소공동체 운영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쉽지 않은 본당 경우, 소공동체 본연의 정신을 살려 지역 사정에 맞게 적응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 사목연구소와 「교구 사목지침서」

문헌은 또 시노드의 구체적인 실천과 더 깊은 논의를 위해 사목연구소 설립과 「교구 사목지침서」 발간 의지를 드러냈다. 사목연구소를 통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목활동과 성과들을 재검토하고 시노드를 통해 건의된 내용을 통합하면서 중요성과 우선순위를 가려 사목 방향에 필요한 제안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교구 사목지침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발행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 가난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교회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언급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정신을 구현해야 함이 강조됐다. 시대의 요청과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을 제정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동참하면서 더욱 가난하고 이웃을 섬기는 교구와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뜻을 비쳤다.

구체적으로는 본당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가난한 이웃을 위한 복지 예산 집행이 훨씬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됐다.

◆ 이모저모

4월 27일 당진 솔뫼성지에서 거행된 대전교구 시노드 폐막미사는 순교 영성 안에서 교구민이 함께 3년 5개월의 시노드 과정을 돌아보고 새로운 세상 복음화를 결심하는 자리였다.

◎… 솔뫼성지에서의 시노드 폐막은 「복음의 기쁨」과 함께 시노드를 관통하는 대전제였던 순교 영성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가족과 함께 폐막미사에 참례한 정채철(미카엘·대전 둔산동본당)씨는 “한국교회의 의미 깊은 성지에서 새로운 교회상을 마주할 수 있어서 희망을 품는다”며 “어린 자녀들이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교회의 보편성과 일체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한 장면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노드 폐막미사 중, 교구민들은 온 교구가 함께하는 새로운 교구의 모습을 위해 기도했다.

◎… 이날 반포된 최종문헌은 사제·수도자·평신도 8명에게 직접 전해졌다. 사제단 대표로 교구 사무처장 강길원 신부, 수도자 대표로 김영민 신부(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도회)와 홍 마리시몬 수녀(올리베따노성베네딕도수녀회·대전교구 수녀연합회 회장)가 문헌을 전달받았다. 평신도 대표로는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김광현(안토니오) 회장과 여성연합회 탁선옥(히야친타) 회장을 비롯해 청년(김호영), 청소년(유다윤), 신학생(조해용 부제) 등 5명이 문헌을 받았다.

청년 대표로 최종문헌을 받은 김호영(프란치스코·대전 궁동본당)씨는 “최종문헌에도 청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표명돼 청년 사목 활성화에 대해 기대를 하게 된다”며 “앞으로 본당 등 교구 안에서 청년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구체화되고 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처럼 화창한 봄 날씨에 햇무리의 장관이 펼쳐지자, 신자들은 하나 둘 휴대전화 카메라로 햇무리 장면을 담으며, 대전교구의 새로운 봄날을 기대했다.

◎… 모처럼 화창한 봄 날씨를 보였던 이날, 미사 현장에는 햇무리 장면이 연출돼 시선을 모았다.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는 축사에서 맑은 날씨에 대한 찬사로 운을 뗀 후 “대전교구는 오늘부터 새봄, 아름다운 새 출발을 하실 것 같다”고 했다. 이어서 “그 비결은 ‘함께’하며 새로운 교회, 주님 닮은 교회를 위해 연구하고 발표한 과정인 것 같다”고 말해 큰 박수가 쏟아졌다.

◎… 미사에는 대전교구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한 타 교구민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이웃 교구인 청주교구에서 총대리 강희성 신부가 참석했으며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을 비롯한 수원·광주·마산교구 등 각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임원들과 각 수도회 장상들이 함께했다.

이주연 miki@catimes.krrn사진 최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