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트라우마일까요?

이찬 신부rn(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9-04-30 수정일 2019-04-30 발행일 2019-05-05 제 314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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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 곁에 있다면 위로될 것

【질문】트라우마일까요?

광주광역시에 사는 50대 남성 신자입니다. 매년 4월과 5월이 되면 심란하고 우울합니다. 4월이면 세월호, 5월이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시시비비와는 별도로, 그저 마음이 힘듭니다. 주위에도 이런 마음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찌해야 평상심을 되찾고 살아갈 수 있을지요.

【답변】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 곁에 있다면 위로될 것

광주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파집니다. 우리 선교회의 지부도 광주에 있어서 자주 갔습니다. 따뜻한 날씨였는데도 뭔가 아릿함이 느껴졌습니다. 한국사회는 동서의 분열이 극심하다는 평가를 합니다. 호남과 영남을 대립 구도로 인식하고 또 그렇게 이끌어 가는 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미약함과 무력감을 크게 느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당시 군복무 중이었는데 뭔가 매우 소란한 움직임과 통제된 분위기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생각도 움직임도 없었던 것이 마음에 남습니다. 영화 ‘택시 운전사’를 보면서 광주의 아픔을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어느 정도 마음의 상처는 아물어 가겠지만 그 기억들은 더욱 생생하게 살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세월호의 아픔이 꽤 오랫동안 마음을 후빕니다. 세월호 당시에는 정신과 관련되는 전문가들이 발 벗고 나서 정신적인 돌봄을 하려고 애썼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이런 애씀도 현장에서 가슴을 앓았던 분들의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마음이 힘들다고 하시는 한 마디에 너무 많은 것들이 녹아들어 있어서 듣는 제 마음도 아주 힘듭니다.

베트남 전쟁 이후 참전했던 병사들이 우울증과 불면 그리고 플래시백(과거 경험에 대해 생생한 재체험을 하면서 당시의 이미지와 감각을 그대로 느끼며 극적인 운동 반응을 동반)이라는 현상을 보이면서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들은 전쟁 경험을 재현하는 악몽을 꾸기도 하고, 비행기를 보고는 전투기로 착각해서 전투에 임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더 안타까운 것은 죄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전우는 세상을 떠났는데 자신은 살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김순진 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췌, 요약)

광주에 계신 분들도 자신이 살아 있음에 대한 죄의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교회에서 하느님이 원하는 것은 자신을 책망하고 비난하고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어려움에 계셨던 분들에게 죄의식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란하고 우울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제이면서 심리학자인 제가 볼 때 광주의 어려움을 경험하신 분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피해자라고 봅니다. 이 장애는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된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입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충격적인 사건의 재경험과 이와 관련된 상황 및 자극에서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상담이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피해자가 있기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 대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어려움 가운데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야기할 때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많은 위로를 받게 됩니다. 지지 체계가 형성돼 있지 않은 현재에는 스스로 외상에 관한 공부를 하거나 천주교회에서 진행하는 심리상담을 받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더욱 건강해지시길 두 손 모아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환난을 겪을 때마다 위로해 주시어, 우리도 그분에게서 받은 위로로, 온갖 환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하십니다.”(2코린 1,4)

※ 질문 보내실 곳

[우편] 0491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7층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rn(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