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말 편지] 울 아빠 자랑거리 / 김영

김영(요비타엘리사벳)rn아동문학가
입력일 2019-04-30 수정일 2019-04-30 발행일 2019-05-05 제 314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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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좀 못하면 어떠니/ 건강하면 제일이지// 달리기 꼴찌하면 어떠니/ 끝까지 달려 보는 거지// 뚱뚱하면 어떠니/ 아픈 데 없으면 되는 거지// 노래 좀 못하면 어떠니/ 신나게 춤출 수 있으면 되는 거지// 뭐든지 어떠니/ 자랑거리가 많은 아빠는/ 만날 나보곤 괜찮대요// 아빠 자랑은 바로 너야/ 아빠가 따뜻한 입술로 뽀뽀하고/ 엉덩이를 토닥여 주면/ 나는 걱정거리 없는 아빠를 닮아/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가요’

동시집 「떡볶이 미사일」 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 ‘울 아빠 자랑거리’다.

아이들이 “울 아빠도 그래요”라고 말하는 순간 세상이 환해진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경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나를 지지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면 어떤 아이든 영육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썼다.

5월은 성모님의 달이다. 어린이날이 있고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아카시나무 꽃향기를 따라 벌떼들이 바쁘게 날아다니고, 벌떼들이 지나는 길 따라 늘어선 연푸른 신록이 더욱 짙어진다. 새들은 명랑하게 노래하고 바람은 한결 선선해지는 늦은 봄날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보다 더욱 환한 것은 성당에 모여 떠드는 아이들의 기도소리와 맑은 울림이 있는 성가다.

소년 레지오 마리애 ‘희망의 샘’ 쁘레시디움에서 부단장을 할 때다. 우렁찬 목소리로 ‘성모송’과 ‘까떼나’를 바치고 ‘성모의 밤’에는 오랜 시간 연습한 성가와 율동을 선보이는 귀염둥이들은 소소한 간식보따리에는 불평하곤 했다. 복사단으로 활동하면서 맛봤던 간식들이나 더 고가의 특별한 간식을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희망의 샘’ 쁘레시디움 단장님은 귀염둥이들의 오동통한 볼웃음 한 방이면 금세 넘어가서 단원들의 요구를 들어 줬다.

그러다가 ‘성모의 밤’이나 ‘부활성야 미사’가 시작되면 단장님과 나는 초긴장을 해야 했다. 귀염둥이들에게 타오르는 촛불은 묵상용이 아니고 장난감이었다. 경건한 미사는 뒷전이었고 불장난으로 분심을 피워 올렸다. 쉬지 않고 재잘거리는 입술은 성스러운 예식을 방해했다.

그래도 지켜보는 성모님과 예수님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귀염둥이들을 내려다 보셨을 것 같다.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소년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능청스러운 웃음. 그 눈동자와 웃음을 보면서 성모님과 예수님께서는 깊은 밤 졸지도 않고 귀염둥이들이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하셨을 것이다.

나는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심한 홍역을 앓았다. 그래서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바오로’의 간절한 기도를 엄청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의사도 없고 마지막 배가 끊기면 도시로 나갈 수 없는 섬에 살던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위해 그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께서 하늘로 떠나신 지는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아버지께서 남기신 유산들이 있다. 그 중 가장 특별한 유산은 ‘요비타엘리사벳’으로 살게 하신 가톨릭 신앙이다.

우리가 살던 그 섬마을에 있는 공소 회장이셨던 아버지. 나무를 사다 공소 마당에 심고 가꾼 아버지. 그리고 들꽃으로 제대 봉사를 하신 어머니. 어려움 앞에서도 성가정을 봉헌했던 우리 부모님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주려고 한다.

사랑이신 어머니 마리아여! 지금도 어디에선가 눈물 흘리는 어린이들을 따스한 품으로 품어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소서.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영(요비타엘리사벳)rn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