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스토리텔링으로 떠나는 꽃차여행」 펴낸 류정호 작가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19-04-23 수정일 2019-04-24 발행일 2019-04-28 제 314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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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호 글·사진/288쪽/1만6000원/인문산책
“피고 지며 향 머금은 꽃차, 그리스도 부활과 닮아”
20년째 꽃차 연구에 빠져
강의로 차의 인문학적 가치 알려 
꽃을 통한 신앙적 깨달음 풀어내
봄의 시작을 알리는 목련은 그늘에 꽃잎을 말리면 개나리처럼 노랗게 변한다. 노란 꽃잎을 투명한 차 주전자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붓자 향긋한 꽃내음이 코를 찌른다. 향기와 함께 번지는 샛노란 목련꽃차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봄의 선물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류정호(테레로사) 작가는 차를 따르며 “천천히 목련꽃차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라”고 권한다. 작가의 말을 따라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넘기자 생기 넘치는 봄의 에너지가 온몸으로 퍼진다.

향긋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꽃차 전문가가 들려주는 꽃차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물리교사였던 류 작가는 한 사찰에서 스님이 내어준 녹차를 맛본 뒤 차 맛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진하게 우려낸 녹차의 쓰고 떫은맛은 혀로 느껴지는 것 이상의 강렬한 무언가가 남았습니다. 그 맛이 궁금해 차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40년째 차 선생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더욱 충만해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차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꽃차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2월에 처음 맛본 생매화차가 꽃차여행의 시작이었다.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매화꽃 봉오리가 뜨거운 물에서 확 피어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향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이게 풍류다’라는 차 스승님의 말씀이 그렇게 와 닿을 수 없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국화, 벚꽃까지 보기만 해도 예쁜 꽃들을 찻잔에 띄우니 더할 나위 없다. 게다가 몸에도 좋다고 하니 꽃차에 빠질 수밖에 없다. 20년째 꽃차여행을 하고 있는 류 작가는 꽃차에서 아름다움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꽃은 보잘 것 없는 씨앗에서 시작됩니다. 보이지 않는 땅 속에 묻혀있던 씨앗은 흙과 비, 햇살, 바람 등에 의해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지탱한다는 진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생명의 가치를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도 꽃을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차 한 잔의 인문학’, ‘꽃과 문학’ 등의 강의로 차의 인문학적 가치를 알리고 있는 류 작가는「스토리텔링으로 떠나는 꽃차여행」을 펴내 삶에 녹아들 수 있는 꽃차 이야기를 풀어낸다. 매화꽃차 편에서는 연인을 잃은 도공의 넋이 담긴 매화나무의 전설을 소개하고, 수선화가 ‘자기주의’, ‘자기애’란 꽃말을 갖게 된 이유를 그리스 신화를 통해 설명한다. 또한 차의 효능과 만드는 방법도 각 장마다 덧붙여 독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엮었다.

목련꽃차.

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삶이 더욱 충만해지길 바란다고 밝힌다. 그는 “커피나 차의 카페인은 지나치게 복용하면 수분을 빼앗기 때문에 성격이 예민해지고 급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건강한 삶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지만, 물만 마시는 게 어려운 분들을 위해 카페인이 거의 없는 꽃과 함께 마시는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류 작가가 펼쳐낸 다양한 꽃차 이야기 끝에는 결국 신앙이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억하는 이 시기, 꽃차와 함께 그 의미를 더할 수 있다고 작가는 덧붙인다.

“건조하지 않은 하얀 목련꽃잎은 뜨거운 물과 만나면 빨갛게 변하면서 은은한 향이 피어오릅니다. 순백의 꽃잎이 빨갛게 변하는 모습은 수난을 견뎌내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닮아있습니다. 목련꽃차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