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5월 6일 축복식 앞둔 대전교구 대흥봉수산순교성지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04-23 수정일 2019-04-24 발행일 2019-04-28 제 314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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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가뒀던 옥사 앞에서 굳은 믿음 새긴다
복자 김정득 베드로 순교지
조선시대 옥사 ‘형옥원’ 재현
현재 가건물 임시성당서 전례
성당 건립 위해 후원자 모집

5월 6일 축복식이 거행되는 대전교구 대흥봉수산순교성지 형옥원 전경. 정면에 바라보이는 건물은 조선시대 옥사를 재현한 것이다.

복자 김정득(베드로·?~1801)의 순교지 대전교구 대흥봉수산순교성지(전담 윤인규 신부) 축복식이 5월 6일 오전 10시 충남 예산군 대흥면 동서리 105-3 현지에서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로 거행된다.

대흥봉수산순교성지는 지난 2015년 8월 19일 124위 순교 복자들의 시복을 기념하고 이들의 신앙과 성덕을 되새기기 위해 성지로 선포됐다.

성지는 특별히 ‘의좋은 순교자’로 불리는 복자 김정득 베드로와 사촌 복자 김광옥 안드레아를 기억하고 현양한다. 이들은 신유박해 때 ‘내포 사도’ 이존창 루도비코 순교자의 후계자로 지목돼 서울 의금부와 포도청에서 심문을 받다가 형조 건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고향으로 압송돼 대흥과 예산에서 한날한시에 부대시참수형을 당했다. 처형 전 예산 삼거리에서 헤어지며 “내일 정오 천국에서 다시 만나세”라고 작별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성지는 순교자들이 신앙을 증거하다 처형된 장소의 특성을 드러내 시선을 끈다. 토지면적 4628㎡에 330㎡의 임시 성당과 2314㎡의 ‘형옥원’(形獄圓)을 갖췄는데, 형옥원에는 박해시대 순교자를 가두었던 형옥 시설인 옥사, 저잣거리, 처형대가 재현됐고 14처가 설치됐다.

조선시대 때 성지가 위치한 대흥군 동서리 가까이에는 천주교 신자들을 심문하고 고문하며 배교를 강요했던 대흥 동헌과 이들을 가뒀던 대흥 옥 터, 조리돌림을 하던 대흥 저잣거리가 위치했다. 또 인근 예당호 내천변에는 처형장이 있었다.

이런 면에서 형옥원은 조선시대 대흥군의 위상과 역사·문화 및 한국 초기 천주교를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형옥원 전체 설계는 김정신(스테파노·단국대 건축학과) 교수가 맡았다.

성지는 앞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연환경·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되새기고 전하는 자리로 발돋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주변 봉수산, 슬로시티로 조성된 예당저수지와 조화되는 환경친화적인 계획 속에서 순교 영성과 환경·문화가 어우러지는 성지로 만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윤인규 신부는 “김정득 베드로와 여러 신자가 목숨 바쳐 신앙을 고백한 자리를 통해 오늘의 우리가 박해의 무서운 형벌에도 굽히지 않았던 순교자 신앙을 본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가건물 임시 성당에서 미사 전례를 거행하고 있는 성지는 성당 건립을 위해 토지를 봉헌할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문의 041-333-0202, 후원계좌 농협 301-0182-8658-91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