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6.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경제제도1 (「간추린 사회교리」 346~360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19-04-16 수정일 2019-04-16 발행일 2019-04-21 제 3141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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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가 공동선 추구한다면 인간 소외 막을 수 있어
자유로운 경제활동 중요하지만 이윤추구에만 치중해선 안 돼
도덕적·영적 가치 지켜가는 데 국가와 종교 함께 노력해야

마리아: 신부님, 궁금한 게 있어요. 학교에서 배웠는데, 자본주의 경제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른다고 했어요. 그리고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서 기업의 생산활동을 높여야 한다고요. 그런데 왜 국가나 종교가 시장의 경제 현안에 관여하나요?

이 신부: 마리아, 좋은 질문이에요. 그러면 그에 대한 이유를 살펴 보기로 해요!

■ 시장과 보이지 않는 손

18세기 영국의 경제 학자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이 말은 자유경제에 대한 가장 유명한 표현입니다. 기업과 개인이 자유롭게 이윤을 추구하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경제활동을 보장ㆍ조정하고 가격과 수요에 의해 합리적인 경제발전을 이룬다는 내용입니다. 「국부론」 4편 2장에서 한 번 사용됐을 뿐이지만, 이 표현은 스미스의 사상을 표현하는 가장 유명한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스미스는 효율적인 이유추구를 위해 시민권의 보장, 자유무역 활성화, 야경국가론, 분업사회, 잉여가치와 자본투자, 시장 경제의 형성, 이기심의 긍정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국가의 역할이 아무 필요가 없으며 개인과 기업이 무분별하게 이윤을 추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오해입니다. 실제로 스미스가 이런 생각을 펼친 것은 당시의 시대상 때문입니다. 그 당시는 유럽에서 근대화가 진행되기 전, 국가 권력이 사회경제를 장악하던 때였습니다. 스미스는 정부의 독점으로 인해 경제적 부를 소수 특정집단들이 독점했던 시대적 병폐를 비판하며, 독점 방지와 모든 사람들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활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실제로 스미스는 국가와 경제의 상호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술을 많이 담으려면 술통이 튼튼해야 하듯 술이라는 민간 경제가 발전할수록 정부의 역할은 튼튼해야 한다.”

또한 개인 간 경쟁과 이윤 추구에 대해서도 “노동생산은 전체 국민 모두에게 적정하게 공급돼야 하고 사회계층 중 가장 낮고 가난한 계층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생활필수품을 더 많이 얻도록 해야 한다. 또한, 건강한 정부의 역할로 인해 경제성장의 혜택이 전 사회계층에 골고루 퍼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공정한 경제 성장, 공정한 분배도 함께 이야기한 것입니다.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왼쪽에서 두 번째)가 2014년 12월 11일 서울 세종로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씨앤앰 해고노동자들을 찾아 기도하고 있다(왼쪽).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2016년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농성 중인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성탄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인간을 위한 경제제도

경제활동의 중심인 시장은 중요한 제도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상품의 교환을 원활하게 하는 자유 시장 구조의 장점들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기업의 개별 이윤은 정당한 것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이야기합니다. 경제활동은 이윤추구와 함께 사회적 가치, 공동선, 사회적 유용성 그리고 형제적 나눔과 실천을 동시에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을 때 시장경제는 비인간적이고 소외를 낳는 제도로 타락해 걷잡을 수 없는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국가와 종교의 역할을 통해 올바른 제도 및 법령,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영적인 가치를 지켜야 합니다.

“시장과 국가는 서로를 보완하며 조화롭게 활동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자유 시장은, 국가가 경제 발전의 윤곽을 정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출 때에만 전체 국민에게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53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