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피조물은 축복받은 하느님 작품 인간-생태계 공존하는 ‘생태대’ 이뤄야 오늘날 일어나는 생태계 파괴 생물의 멸종 불러올만큼 강력 토마스 베리 신부 생태사상 고생대-중생대-신생대 지나 생명·지구 중심 ‘생태대’ 강조 인간과 자연 올바른 관계 맺는 생명 중심의 새로운 세계관 생태위기 극복 대안으로 제시
그동안 학계에서 부차적으로 다뤄지던 생태계는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생물종의 멸종 등 생태계 파괴를 몸으로 체감하는 시대를 맞으며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생태계를 경제적 자본으로만 생각하고 이용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생태계 파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학계의 목소리다. 그 중심에 토마스 베리 신부(예수고난회·1914~2009)가 있다. 문명사학자였던 토마스 베리 신부는 그리스도교를 포함해 일반 사상계에서도 생태사상을 가장 먼저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인류문명이 존립하려면 생태문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마주한 생태계 전반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명의 문화로 나아가는 것은 공동의 구원을 희망하며 부활을 살아가고자 하는 신앙인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다. 베리 신부는 생명의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부활의 길에 동참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 멸종 베리 신부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생태적 파괴 중 생물종의 멸종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과학자들은 지구 역사에서 대규모 멸종이 여러 번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생대는 2억4500만 년 전, 중생대는 6700만 년 전에 발생한 대규모의 멸종으로 끝났고 신생대에 들어섰다. 베리 신부는 생물종의 멸종을 초래하는 현대 인류의 힘은 지구 역사상 고생대를 끝내고 중생대를 시작한 힘이나, 중생대를 끝내고 신생대를 도입한 힘들과 비교될 수 있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이러한 주장에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 인류는 역사적 전환기 정도가 아니라 생물학적이고 지질학적인 전환기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 가난한 이들의 절규 또 생태계가 파괴되면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종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에도 언급된다. “가장 가난한 이들이 모든 환경 훼손의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며 “물고기 개체 수의 감소는 다른 생계 수단이 마땅치 않은 영세 어민들에게 특히 어려움을 주고, 수질 오염은 생수를 사 먹을 수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48항)고 언급한다. 따라서 참된 생태론은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한다”(49항)고 호소한다. ■ 생태대(生態代, Ecozoic era)로의 전환 이에 대한 대안으로 베리 신부는 인간 중심주의에서 생명 중심주의, 지구 중심주의로 옮겨감을 뜻하는 ‘생태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태대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연장선에 있는 지질학적 언어다. 인류가 자연세계와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적절한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류가 자연과 적절한 관계를 맺는 데 성공한다면 더욱 진화된 상태로 나아감을 확신하기 때문에 현재 생태계의 상황을 위기만이 아니라 인류와 지구를 위한 기회로도 보고 있다. 이것을 실현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의 결정과 투신에 달려 있다고 본다. 특히 인간 사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네 가지 사회 체제인 정치, 경제, 대학, 종교의 기본원리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교의 가르침에 있어서는 자연세계에 대한 새로운 윤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침내 베리 신부는 생태대를 이루는 것이 우리 시대에 주어진 위대한 과업이라고 선언한다. ■ 신성한 공동체 베리 신부는 생태대를 실현하기 위해서 ‘신성한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다. 신성한 공동체는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공동체에서 유래하는데, 인간과 지구 전체가 하느님으로부터 축복받았음을 의미한다. 즉 창조된 모든 것은 하느님께 축복받았으며 하느님을 드러내는 신성함을 간직한다. 「찬미받으소서」에서 언급되는 ‘공동의 집’ 개념 역시 인간과 생태계가 함께 공존하는 지구를 뜻한다. 베리 신부는 모든 생명체를 하느님의 신성함이 깃든 살아 있는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해 오늘날 생태위기의 상황을 극복하고 함께 살아갈 생명의 문화를 이룰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