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계의 부활절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9-04-16 수정일 2019-04-22 발행일 2019-04-21 제 314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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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은 모든 그리스도교 축일 중 가장 오래되고 큰 축일인 주님 부활 대축일이다. 전례 주년의 정점을 이루는 이날을 맞아 전 세계 신앙인들은 부활 달걀을 나누고 양고기나 특별한 과자 등을 먹으며 주님이 부활하심을 기념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각 나라의 독특한 부활절 풍습을 알아본다.

■ 미국·영국

새 생명 상징하는 달걀로 다양한 놀이

부활절 달걀 굴리기를 하고 있는 미국 아이들. CNS

달걀은 부활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꼽힌다. 겉으로는 죽은 듯 보이지만,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특징으로 새로운 생명의 기원인 부활과 연관된다. 예수 그리스도가 새로운 생명으로 나타나신 돌무덤에 비유되기도 한다.

해마다 부활절 다음 월요일이 되면 미국 백악관에서는 부활절 달걀 굴리기(Easter egg roll) 대회가 열린다. 달걀을 깨트리지 않고 누가 가장 오래 굴릴 수 있는지 겨루는데, 13세 이하 어린이들이 참석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기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전통적으로 대통령 부인이 주최하는 이벤트다.

부활절 토끼가 숨겨놓은 달걀을 찾으면 행운이 온다는 얘기를 들려주며 집안 곳곳에 부활절 달걀을 감춰 놓는 달걀 찾기(Easter egg hunt)도 미국과 영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부활절 모습이다.

■ 필리핀

성탄절과 함께 국가의 큰 명절로

살루봉 예식. wikimedia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부활절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국가적으로 큰 명절로 여겨진다. 성주간은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을 만큼 일 년 중 가장 거룩한 시기이며 신앙인들은 침묵과 기도, 희생, 묵상으로 이 기간을 보낸다.

파스카 성야 미사 후 거행되는 ‘살루봉’(Salubong)이 특별하다. 부활하신 예수가 성모 마리아와 만나는 예식이다. 이때 아이들은 천사 복장으로 노래를 한다. 살루봉이 끝난 후에는 종이로 만든 유다의 상을 태우는 행사가 열린다.

수도 마닐라 북쪽 팜팡가주 산페르난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재연하는 행사로 유명하다.

■ 이탈리아

부활절에만 먹는 음식으로 기쁨 나눠

콜롬바 파스쿠알레. wikimedia

이탈리아에서는 부활절에만 먹는 빵을 볼 수 있다. ‘콜롬바 파스쿠알레’(Colomba pasquale, 부활절 비둘기)로 불리는 특별한 케이크인데, 부활절 점심을 마무리하는 디저트로 꼽힌다. 삶은 달걀로 속을 채운 빵을 먹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란 의미로 양고기를 먹는다.

부활절 기간이 되면 식품점 등에서 어린이 선물용으로 초콜릿 달걀을 만들어 판매하는 광경도 흔하다. 이 달걀은 초콜릿 껍질 속에 장난감 등 선물이 들어있는 모양이다. 부활절 다음날 월요일은 파스퀘타(Pasquetta)라는 휴일로 지낸다.

■ 스페인

부활 후 예수·마리아 만남 기려

세마나 산타 축제. pixabay

스페인어로 부활절을 뜻하는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축제가 눈길을 끈다. 성삼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을 포함해 일주일 동안 열린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가장 크게 여겨지는 전통 축제다. 스페인 전역에서 열리지만, 세비야와 그라나다 등 ‘안달루시아’ 색채가 강한 지역의 축제가 유명하다.

이 기간에는 지역 대성당을 중심으로 시가지에서 행렬이 마련되는데 특히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 앞서 각 본당에서는 ‘만남의 행렬’을 거행한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가 기쁘게 다시 만난 것을 기념한다. 스페인 교회 부활절 행사의 특징이라면 성모 마리아와 함께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데 큰 중심을 둔다는 것이다.

전통 요리로는 달걀과 돼지 등심(lomo) 및 초리소(chorizo) 등 여러 가지 육류를 넣고 구워 만든 고기 파이, 오르나소(Hornazo)가 있다. 살라망카에서는 전통적으로 부활절 다음 월요일에 열리는 행사 때 오르나소를 먹는다. 전통적으로 파이 윗면에 십자가 모양 장식을 한다. 또 구운 달걀을 넣어 요리한 파스타, 로스케타(Rosqueta)를 꼽을 수 있다.

■ 정교회는 어떻게 지낼까

날짜는 달라도 ‘신앙의 중심’인 점 똑같아

2014년 이스라엘 서안지구 지프나에 있는 성 조지 그리스 정교회 성당에서의 부활절 행렬. CNS

날짜는 달라도 ‘신앙의 중심’인 점 똑같아오는 4월 2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는 전 세계 그리스도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을 기념한다. 그러나 정교회는 한 주 늦은 4월 28일에 부활절을 지낸다.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 그것은 정교회가 가톨릭교회가 사용하는 그레고리오력과 달리 율리우스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주님 부활 대축일의 날짜는 춘분 이후 첫 보름달이 지나서 처음으로 오는 일요일로 정해진다. 이 날짜로 합의가 이뤄진 것은 325년 니케아공의회였다.

가톨릭교회와 정교회의 부활절 날짜가 달라진 것은 1582년 그레고리오력이 선포되면서다. 이전까지는 기원전 47년경 율리우스 체사르에 의해 만들어졌던 율리우스력이 널리 사용됐다. 이 달력은 한 해가 365일 6시간이기 때문에 해를 지날수록 6시간씩 첨가됐다. 그러다 보니 춘분과의 오차가 심해지며 특히 주님 부활 대축일 날짜와 부조화가 생겼다. 16세기에는 천문학적인 춘분과 달력상 춘분 사이에 열흘의 시차가 발생했다.

그레고리오 13세 교황(재위 1572~1585)은 이에 달력을 개혁하면서 그때까지 더해진 가외의 날들을 없애기 위해 열흘을 삭제, 1582년 10월 4일 다음 날을 10월 15일로 정하도록 했다. 또 400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100단위의 해들을 제외하고 4년마다 윤년을 두며 현재의 체계를 만들었다. 요즘의 양력은 그레고리오력을 따른 것이다. 당시 교황은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이 달력을 지킬 것을 명했다. 서방교회 대부분이 곧바로 이를 받아들였으나 정교회 계열 교회들은 율리우스력 사용을 유지했다.

한국정교회 박인곤 보제는 “달력상 차이가 있으나 부활절은 정교회에서 신앙생활의 중심이고 가장 큰 축일”이라며 “기도와 극기, 절제 등 부활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앙인들은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보제 : 가톨릭의 부제와 비슷한 개념의 직분.

가톨릭의 부제는 세례성사, 혼인성사, 병자성사 등을 단독으로 할 수 있지만, 동방교회에서 보제는 성사를 단독으로 집전할 권리가 없다. 말그대로 사제(또는 주교)가 모든 성사를 집전하며, 보제는 모든 성사를 보조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