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적 당뇨로 시력 거의 잃었던 윤지혜씨
“어둠 끝에 만난 세상… 밝은 미래 꿈꿀 수 있어”
시력 탓에 일자리 못 구했지만 수술 후 직업훈련 받을 예정
“응원해주는 이들 있음에 감사”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 밝은 곳으로 나오면 눈부시면서 전부 새롭잖아요. 지금 제가 딱 그래요.”
4월 13일 경기 부천의 한 고시원에서 만난 윤지혜(24)씨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는 눈이 안 좋아서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용기도 못 냈지만, 이제는 눈앞이 선명해지니까 모든 게 새롭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윤씨는 지난 4월 1일과 3일 부천 소사동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서 각각 왼쪽 눈과 오른쪽 눈 수술을 받았다. 20대의 어린 나이지만, 윤씨가 받은 수술은 백내장 수술로 유전적으로 내려온 당뇨 탓에 얻게 된 질병이었다. 20세에 우연히 당뇨로 입원했을 때 백내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후 윤씨의 시력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왼쪽 눈은 거의 안 보였어요. 뿌옇게 안개가 껴서 오른쪽 눈도 잘 안 보였고요. 안경을 쓰면 조금 나았지만, 글씨가 두 개로 겹쳐 보였어요. 책 읽는 것도, TV 보는 것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제게는 곤혹이었죠. 거리에서 상점을 찾을 땐 간판이 보일 때까지 가게 앞으로 가까이 가서 확인해야 할 정도였죠.”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윤씨에게 눈 수술은 이루기 힘든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한때 가출 청소년이었고 중학교를 중퇴한 윤씨는 스스로 공부해 중졸·고졸 검정고시에까지 합격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윤씨에겐 세 살 난 아들도 있어 당장 돈이 생긴다고 해도 자신을 위한 수술은 사치로만 여겨졌다.
그랬던 윤씨는 다시봄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모든 게 뿌옇게 보여서 청소할 때 먼지가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지금은 가까이에서부터 멀리까지 안경을 쓰지 않고도 선명하게 모든 걸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윤씨는 무엇보다 “메모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제는 글씨가 잘 보여 수시로 기록할 수 있다”면서 “새 삶을 찾은 것 같다. 도움 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현재 윤씨는 되찾은 시력으로 아들과 함께 새 미래를 가꿔 나갈 희망에 부풀어 있다. 지금은 사정상 아들과 떨어져 아들은 아동 보호소에, 자신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눈이 보이는 만큼 직업훈련을 받고 일자리를 구해 아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시봄 캠페인으로 저는 따스한 봄 햇살을 볼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도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순 없겠죠.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응원해 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응원에 저는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어요. 너무 감사해요. 저 역시 어서 자립해 누군가에게 따뜻한 봄 햇살의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