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주 성 이시돌 복지의원, 임피제 신부 선종 1주기 맞아 설립 정신 다져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9-04-16 수정일 2019-04-17 발행일 2019-04-21 제 314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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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영육을 돌봅니다

고 임피제 신부 설립한 제주 첫 호스피스 병원 가난한 이 누구에게나  임종까지 무료로 봉사

무료 호스피스 병원으로 운영되는 제주 성 이시돌 복지의원 병동 모습. 성 이시돌 복지의원 제공

고(故) 임피제 신부(1928~ 2018·성 골롬반 외방선교회)가 설립한 제주 성 이시돌 복지의원(원장 홍종숙 수녀)이 임피제 신부 선종 1주년(4월 23일)을 맞이하며 병원 설립정신을 더욱 뚜렷이 구현하기 위한 다짐을 하고 있다.

임피제 신부는 1950년대 궁핍하던 돌투성이 제주도 중산간을 개간해 제주도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이를 위해 한림 수직, 성 이시돌 목장 등 수익사업을 펼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양로원 등 복지기관을 운영했다. 그러나 임 신부가 살아생전 가장 아끼고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은 현재 무료 호스피스 병원으로 운영되는 성 이시돌 복지의원이다.

성 이시돌 복지의원은 본래 1970년 4월 ‘성 이시돌 의원’으로 개원해, 극빈층의 경우 무료진료를 제공했다. 그러나 무료 호스피스 병원을 설립하고 싶다는 임 신부의 오랜 의지에 따라 2002년 3월 ‘성 이시돌 복지의원’으로 개원, 축복했다. 제주도 최초 무료 호스피스 의원의 시작이었다.

임 신부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성 이시돌 복지의원과 함께했다. “성 이시돌 복지의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던 임 신부는 2018년 4월 23일 입원해 있던 제주 한라병원에서 선종 5시간 전쯤 성 이시돌 복지의원으로 옮겨졌다. 스스로 설립하고 몸소 아끼던 곳에서 임 신부는 수도자들의 기도 속에 편안히 숨을 거뒀다.

홍종숙 원장 수녀(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는 “임피제 신부님은 제주도민을 요람에서 마지막 무덤까지 돌봐 주겠다는 마음으로 특별히 성 이시돌 복지의원에 힘과 열정을 쏟으셨다”며 “저희는 신부님의 뜻을 이어받아 말기 암환자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기도와 사랑으로 가족처럼 보살펴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오랜 병수발로 지친 가족들에게는 영육의 쉼과 회복, 마음의 평화를 드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 수녀는 임 신부의 유업을 되새기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연민과 사랑을 바탕으로 종교나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모든 이들을 무료로 돌보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홍 수녀는 “저희 의원 직원과 수녀들, 후원자들과 봉사자들의 정성이 하나 돼 운영되고 있어 하루하루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후원과 봉사의 뜻을 나눠 주시고 고통받는 암환자들이 편안하고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성 이시돌 복지의원을 이용하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의원의 이름 ‘이시돌’은 12세기 스페인 농부였던 이시도로 성인이 천사들과 함께 일해 세 배의 능률을 올린 것처럼, 성인을 본받아 하느님과 함께 일하며 세 곱의 능률을 올리기를 기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후원 문의 064-796-2244 제주 성 이시돌 복지의원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