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세월호 참사와 한반도 평화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9-04-16 수정일 2019-04-16 발행일 2019-04-21 제 3141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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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은 2014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는 해경의 발표를 믿고 그토록 애타게 구조를 기도했지만, 실제 구조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끝내 304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를 생중계로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입었다. 특히 침몰 직전, 선장을 포함해 승무원들은 탈출하면서 구조대가 오고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라는 방송을 했다는 사실에서 온 국민들은 분노했다. 분노는 우리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한다’는 자각으로 발전했다.

세월호 참사 5주년이 되는 시기에 워싱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평양에서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열렸다. 워싱턴에서는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두 정상이 인식을 같이했으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점을 밝혔다고 한다. 평양에서는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 볼 용의가 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 있었다.

이렇게 볼 때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의 지속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고 할 수 있지만 중재를 낙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북미 간 입장 차이 역시 분명하게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이 우선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 시한은 연말까지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북한 핵문제 해결이란 한반도와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둘러싼 갈등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각한 것처럼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하는 문제다.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우리 시민들이 남북한 및 미국 정부가 구조해 줄 것이라 믿고, 앉아서 기다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이 되는 오는 4월 27일, 오후 2시에는 ‘DMZ, 민(民)+평화 손잡기’ 행사, 저녁 6시에는 서울시청광장에서 ‘한반도생명평화콘서트’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이런 행사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UN 한반도평화선언’ 채택 촉구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이런 행동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우리의 자세여야 하지 않을까?

사도 바오로는 “곧 사라질 것도 영광스러웠다면 길이 남을 것은 더욱더 영광스러울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희망을 가지고 있기에 아주 담대히 행동합니다”(2코린 3,11-12)라고 말했다. 길이 남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길에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담대하게 행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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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