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리 본당 주보성인]성 민극가 스테파노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04-16 수정일 2019-04-16 발행일 2019-04-21 제 314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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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서적 적어 여러 지방 보급
교리 가르치고 자선 실천
천주가사 ‘삼세대의’ 지어
옥중에서도 배교자 회두

탁희성 화백의 ‘성 민극가 스테파노 성경필사’(부분).

오늘날은 우리의 신앙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신심서적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인쇄소도 없고, 드러내고 신심서적을 구할 수도 없었던 박해시대에 신앙선조들은 어떻게 신심서적을 읽었을까. 제2대리구 관악본당 주보성인인 민극가(스테파노) 성인은 여러 지방을 두루 다니며 신심서적을 필사해 신자들에게 전하던 순교자다.

양반가문에서 태어나 부친, 형제들과 함께 입교한 성인은 두 차례 혼인했지만, 두 번의 결혼 모두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와 사별했다. 성인은 두 번이나 아내와 사별한 후부터는 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봉헌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인천·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필사한 책을 팔아 생계를 꾸리던 성인은 신심서적도 필사해 각 지역의 신자들에게 신심서적을 보급하는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신심서적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만나는 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쳤고, 꾸준히 자선과 전교를 실천해 많은 이들이 천주교를 믿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또 교회가 요청하는 일이라면 어떤 어려운 일도 도맡아 했다.

성인은 이런 열성적인 활동으로 1836년경 유방제 신부에 의해 전교회장으로 임명됐다. 또 앵베르 주교로부터 수원 양간 송교(현 화성시 서신면 송교리)전답의 경작권을 위임받기도 했다.

성인의 활동은 오늘날 천주가사에서도 만날 수 있다. 천주가사 중 ‘삼세대의’(三世大義)의 창작자가 바로 성인이기 때문이다. ‘삼세대의’는 성경의 주요한 일화와 그리스도의 가르침, 삼세(천당, 지옥, 십계(현세))의 의미를 가르치며, 내세에 천당에 갈 수 있도록 교리를 잘 실천하라고 권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성인이 경작하던 전답을 빼앗으려는 배교자의 밀고로 체포됐다. 체포된 이후 성인은 여러 차례의 고문과 혹형을 받으며 배교를 강요 당하였으나, 신앙을 굽히지 않았다. “종교를 버리겠다고 하면 즉시 놓아주겠다”는 포장의 회유에도 “만약 나를 놓아준다면 다시 내 종교를 준행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전교해 회두시키겠다”고 대답할 따름이었다. 이 대답에 포장은 성이 나 더욱 혹한 고문과 형벌을 내렸지만, 성인의 신앙은 꺾일 줄 몰랐다.

성인은 옥중에서도 배교자를 꾸짖고, 가족과 목숨을 걱정하는 신자들을 격려했다. 성인은 옥중에서 김절벽(도미니코), 이사영(고스마) 등을 포함한 많은 배교자들을 회개시키기도 했다. 끝까지 신앙을 증거한 성인은 마침내 1840년 1월 30일 교수형으로 순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