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어린이와 어머니 - 5월 가정의 달에 띄우는 글

서석남 수녀ㆍ그리스도의교육회
입력일 2019-04-12 수정일 2019-04-12 발행일 1991-05-12 제 175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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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가장 좋은 교사”
오늘날 의학적으로 불치의 병으로 보는 에이즈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생명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생명과 죽음의 신비 앞에 숙연해지는 인간을 생각해본다. 인간은 잘살기 위해서 자신의 건강에 늘 주의를 기울인다. 인간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생명을 유지해 주는 건강이 이토록 중요한다면 인간의 영혼을 다스리는 것은 얼마나 더 중요할까? 얼마 전 어느 암환자가 쇄뜨기 풀을 먹고 암이 치유됐다는 소식이 TV에 소개되자 이 풀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고 시장에서는 동이 났으며 이 풀을 뜯으려고 몰려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건강을 위해서는 몸에 좋다는 음식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구해먹고 식이요법이니, 체질개선이니 하며 음식을 가려먹는다.

인간은 문화적인 존재이다. 문화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더욱 인간답게 되고 더욱이 존재에 접근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공기와 같은 문화를 호흡하면서 살고 있다. 인간이 공기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듯이 문화를 떠나서는 살지 못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문화는 오염되어 있다. 저질신문, 잡지, 책, 영화, 방송, 비디오 등이 뿜어내는 아황산가스로 인해 저질문화, 음란문화, 폭력문화, 쾌락문화, 퇴폐문화는 우리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신건강을 해치는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놀라지도 않고 이를 위한 대책도 미비하다. 교회는 문화의 복음화에 대해 그 중요성을 언급하나 오염된 홍보문화를 위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70여종의 일간지가 있으며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갖고 있는 스포츠 신문은 ‘옐로우 페이퍼’로 문제시되고 있다. 잡지는 4천5백여 종이 출간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잡지는 사회인사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다루며 외설내용과 과다 노출된 여성사진 등을 싣고 있으며 연간 2만2천54종의 신간이 발행되는 책들 중에도 외설물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TV수상기는 한 가정에 한대 이상 갖고 있으며 가장 많은 시청률을 갖고 있는 드라마들의 내용은 이혼을 거리낌 없이 하는 가정, 불륜의 관계 등으로 비정상적인 가족관계와 인간관계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일회적이고 이기적이고 즉흥적인 쾌락에 가까운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비디오 기재보급은 4백만대를 넘고 있으며 국내 유통되는 음란 퇴폐 비디오가 4백만개가 넘는다. 주말 친구로서의 비디오는 가족 간의 대화단절은 물론 가정파괴의 주범이기도 하다. 청소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루 여가시간 2시간 57분 중 68%가 2시간2분을 TV시청하며, 61.7%가 청소년 불가영화를 보았고, 80.5%가 음란서적을 읽고 있으며 41.1%가 음란 비디오를 몰래 보고 있다한다.

그러면 교회홍보매체의 현실은 어떤가? 주간신문이 2종, 월간잡지가 10여종, 연간 신간발행 종수가 2백50여종, 연간 신종 비디오가 30여종, 카세트테이프는 40여종과 1개의 FM방송국을 갖고 있다. 많은 이들이 교회홍보물들은 지루할뿐더러 기술적인 면과 예술적으로 떨어지기에 관심이 없고 손쉽게 보거나 듣지 않는다고 말한다. 교회홍보업계, 신문사, 방송국, 출판사, 시청각사에서는 적은 인력과 함께 부족한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열악함 중에도 교회 내 홍보종사들은 사명감을 갖고 나름대로 뛰고 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을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우리 영혼을 오염시키고 죽게 하는 저질홍보물에 대항하여 무엇인가 대책을 세워야한다. 영혼의 에이즈와 영혼의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음식을 가려먹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영혼의 불구자와 정신적 빈민들을 위해서 교회당국과 우리 모두는 어떤 복지 대책을 계획하고 있으며 기도와 희사를 하였는가?

그 시대 인간의 구원을 위해 힘써야하는 교회가 산업혁명으로 많은 근로자를 잃은 후 뒤늦게 80년이 지난 후 노동헌장이 반포되었다. 교회가 19세기에는 근로자를 잃었고 20세기에는 대중을 잃고 있다는 어느 신학자의 말처럼 교회 당국은 뒷북을 쳐서는 안 되겠다. 사람들은 보고 들은 대로 행동하게 된다. 보고 들은 대로 생각하고, 생각한대로 행동한다. 마치 배추벌레가 늘 푸른 잎만 먹고 살기에 파랗듯이 우리들이 무엇을 먹고 사느냐에 따라 각자 고유한 색깔을 지니게 된다. 독버섯이 더 아름다워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듯이 우리를 매혹시키며 독버섯처럼 번져나가는 문화의 에이즈에 주의해야 한다.

화원의 꽃들도 애정을 갖고 돌봐주면 싱싱하고 아름답게 성장하듯이 교회홍보물도 신자들이 관심을 갖고 많이 보고 읽어주며 애정으로 충고해준다면 더욱 성장하여 신앙의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올 홍보주일에 내신 교황님 메시지에는 “사회홍보수단이 복음전파에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훌륭한 수단이며 현대는 이 수단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복음전파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과 바로 그 때문에 신자들은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서로의 이해를 돕게 해주고, 나누게 하고, 사랑케 하며 효과적인 신자 재교육에 중요한 몫을 하는 교회의 신문, 잡지, 방송, 책, 비디오, 카세트, 슬라이드 등을 적극 활용 해 줄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서석남 수녀ㆍ그리스도의교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