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올바른 렌즈로 세상보기] ‘4대강 복원 왜 필요한가’ 좌담

정리·사진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9-04-09 수정일 2019-04-10 발행일 2019-04-14 제 3140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강물 자정작용 할 수 있게 모든 보 해체해야”
“강물은 흐르게 두는 것이 하느님 창조질서”
-감사원 4차례 감사 결과는?
사업 목적 불분명·입찰 비리 등 총체적 부실사업으로 결론

-이미 완공… 두는 것이 경제적?
유지·관리에 비용 계속 발생
철거 후 발생할 이득 더 커

-‘4대강 재자연화’는 어떻게?
정부, 16개 보 ‘완전 해체’ 추진해야
자연 지켜내는 것도 신앙인의 책무
국민 인식·생활태도 개선에 앞장을

‘4대강 사업’은 2009년 6월 당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찬반양론이 극명히 갈리기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4대강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4대강 환경 변화를 둘러싼 생태환경적 논란은 물론이고 토목공학적으로 4대강 사업이 타당한 지 의견이 분분하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자 정치권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

4대강의 진실은 무엇인지, 4대강 복원이 왜 필요한 지 알아보기 위해 가톨릭신문은 종교계와 학계, 농민단체 대표자들을 초청해 ‘올바른 렌즈로 세상보기’ 좌담회를 열었다.

진행: 박지순 취재1팀장

일시: 4월 5일 오전 10시

장소: 가톨릭신문사 서울 본사

-박지순 취재1팀장(이하 박 팀장):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지난 2월 22일 4대강 보(洑)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처리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16개 보 가운데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다리 기능만 남긴 채 부분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내용입니다. 정부 발표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양기석 신부(이하 양 신부): 기대 이하입니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시설인 만큼 완전히 해체해야 하는데, 해체 반대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서 나온 결론이라고 봅니다. 자연은 스스로 환경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자정 작용’을 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최대한 원상복구할 수 있게끔 모든 보를 해체해야 합니다.

▲정한길(베네딕토) 회장(이하 정 회장): 미흡합니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 정부는 농민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모든 농민이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정부는 5개 보 중 3개 보는 ‘부분 해체’나 ‘상시 개방’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사회적인 에너지 소모를 막기 위해서라도 ‘완전 해체’해야 합니다.

▲이병우 사무국장(이하 이 국장): 맞습니다. 전국 농민들을 찾아다니면서 다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농민들은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나쁜 물로 농사짓고 싶은 농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박창근(아우구스티노) 교수(이하 박 교수): 발표된 제시안을 보고 ‘문재인 정부가 너무 신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감사원에서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네 번의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2013년 1월 발표한 2차 감사 결과에서는 ‘4대강 사업은 목적도 불분명하고 공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총체적으로 부실한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해 7월 발표된 3차 감사 결과에서는 입찰 비리가, 지난해 7월 발표된 4차 감사 결과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였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 정도면 이미 4대강 사업은 수명을 다했습니다. 반면 수문만 열어도 강이 재자연화된다는 점은 자연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좌고우면할 때가 아닙니다.

-박 팀장: 4대강 사업은 당초에 수질 개선과 홍수·가뭄 예방, 농업용수 확보 등을 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사업에 대한 평가도 생태·토목공학적, 즉 전문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 4대강 사업 관련 논의는 정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양 신부: 그렇습니다. 특히 4대강 보 해체에 반대하는 정당이 있는데, 보 해체에 찬성하면 과거 자신들의 정책이 잘못됐었다고 인정하는 꼴이어서 그런 듯싶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잘못을 자인하고 그 잘못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정 회장: 과거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근거로 내세웠던 홍수·가뭄 예방,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은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생물들은 파괴됐고 식수는 고갈됐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커녕 농민들은 농지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거짓된 주장을 펴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이런 정치인들에게는 결국 ‘깨어 있는 표’만이 답입니다.

▲박 교수: 맞습니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가 ‘대국민 사기극’을 펼쳐도 ‘아니다’라고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수준이 딱 그 정도였다는 점을 뼈아프지만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앞으로는 어떤 정부도 그런 사기극을 펴지 못하도록 국민이 표로 심판해야 합니다.

-박 팀장: 일부 언론에서는 4대강 사업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의 입장이 둘로 분열돼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농민들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 국장: 4대강 사업의 시작 자체가 문제였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만들어졌으니 ‘그냥 쓰자’고 말하는 농민들도 일부 있습니다.

▲박 교수: 그게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을 중시하는 겁니다. 물론 이미 들어간 비용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들어갈 돈입니다. 보 유지·관리 비용과 농민 피해 보상 금액 등 더 큰 비용이 듭니다. 간혹 보 철거 비용을 거론하는 분들도 있는데, 보 철거 비용보다 보를 철거함으로써 얻는 향후 이익이 훨씬 큽니다.

▲양 신부: 현장에서 제가 만난 분들은 대부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농민들이었습니다. 16개 보가 만들어진 다음 정말 페인트를 풀어놓은 것처럼 파랗게 변한 강물을 보시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농민들이 많았습니다.

-박 팀장: 금강 공주보는 다리 기능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부분 해체로 결론 났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주민들이 보 해체를 반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교수: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어떤 사안이든 보는 각도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생각이 ‘다른’ 것과 사실이 ‘틀린’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 4대강 사업은 정계·학계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서로의 다른 생각이 아니라 틀린 정보가 문제입니다. 4대강 사업 탓에 녹조가 발생했다는 점, 수문만 개방해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 등을 철저히 사실에 기반해 국민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4월 5일 4대강 관련 전문가들이 ‘4대강 복원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좌담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 양기석 신부,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박지순 취재1팀장,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 공주농민회 이병우 사무국장.

-박 팀장: 환경운동 단체들은 5개 보 뿐만 아니라 나머지 11개 보 처리방안도 올해 안에 나와야 하고, 그 제시안은 ‘16개 보 완전 해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 신부: 가톨릭교회도 같은 입장입니다. 교회는 성경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따라 관련 사안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이 입장은 어떤 조건이나 시기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경계합니다. 모든 일의 중심에 인간의 이익을 놓고 보면,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리고 결국에는 인간 자신도 그냥 쓰고 버리는 도구 정도로 취급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교황님께서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이 같은 잘못된 생활 태도와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생활양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4대강 사업도 문제 해결을 뒤로만 미룰 게 아니라, 문제에 직면한 지금 이 순간 16개 보 완전 해체로 당장 해결해야 합니다.

▲박 교수: 공감합니다. 우리 토목계도 이제는 인간 중심에서 경제성만 따지는 ‘나쁜 토목’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토목’, ‘착한 토목’을 할 때입니다.

▲정 회장: 정부는 올해가 4대강 재자연화의 원년이라고 보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남북문제 못지 않게 물 문제는 후손들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16개 보 완전 해체’라는 특단의 조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의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박 팀장: 가톨릭교회는 “강물은 흘러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생태환경 보호”라며 ‘4대강 사업’을 초기부터 반대해 왔습니다.

▲양 신부: 가톨릭교회는 처음부터 4대강 사업에 반대해 왔습니다. 주교회의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이다. 강을 흐르게 그대로 놔두라’고 했습니다. 2009년 10월 30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개발 반대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일부 소수의 의견이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교회 가르침에 기반을 두고 4대강 사업은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였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였던 것입니다.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하느님 섭리에 따라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것이 교회 가르침이고, 우리 신앙인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교회는 핵발전소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시민·신앙인으로서 16개 보 완전 해체는 당연한 순서고, 이를 통해 자연이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이 국장: 신자가 아닌 저도 교회 가르침에 공감합니다. 어떤 자연재해도 인간이 막을 순 없습니다. 최대한 자연을 보호해야 자연재해를 막고, 인간도 해를 입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 교수: 흐르는 강물은 인간의 힘으로 재단할 수 없습니다. 16개 보 완전 해체로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둬야 한다는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양 신부: 실제로 4대강 현장을 찾을 때 ‘기술의 발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 항상 그랬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과 사고방식은 인간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자연을 훼손시킵니다. 인간을 위해 자연의 희생을 강요하는 생활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박 팀장: 가톨릭 농민들의 대표인 가톨릭농민회는 4대강 복원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정 회장: 진정한 신앙인은 정의로운 신앙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행동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교회에서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교회 입장을 모든 신자에게 확실히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일부 신자들은 교회 입장을 모릅니다.

▲박 교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종교계, 특히 가톨릭교회는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4대강 현장을 찾은 생태활동가들을 위해 숙식 제공을 하는 등의 노력을 보면서 ‘교회가 사회 보편적으로 도움 되는 일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교회가 국민의 인식과 생활 태도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심도 있게 고민할 때입니다. 마땅히 흘러야 할 강을 흐르지 못하게 막는 것은 큰 재앙입니다. 저도 재앙을 막기 위해 학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겠습니다.

▲이 국장: 맞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연대가 중요합니다. 공주보 주변 농민들도 공주보 철거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박 팀장: 오늘 좌담회를 통해 4대강 사업은 애초 잘못된 사업이었던 만큼 하루빨리 16개 보가 모두 해체돼 4대강이 재자연화돼야 한다는 결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톨릭신문도 4대강이 본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보도를 통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나가겠습니다.

정리·사진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