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및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통일정책학과 김영수 교수 서로 대등한 관계 인정하는데서 평화에 대한 감수성 싹 트게 돼 남과 북 서로 같은 격으로 두고 다름 인정하며 소통하는 노력 필요 마음의 통일 없이 평화통일 불가능 동질성 회복하고 이질성 극복해야
■ 서로 알아야 한다
남과 북은 한 뿌리를 두고 있고 한 민족이지만 서로를 잘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은 6·25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실정에 이르렀다. 북측을 알아야 통일이 보인다.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남측에서 선수단과 응원단의 간식으로 ‘자유시간’이라는 이름의 초코바와 ‘오늘 뭐해’ ‘참 잘했어요’ 등이 적힌 포장의 사탕을 제공했다. 그런데 북측 지도부에서 “무슨 의도로 우리 선수들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왜 ‘오늘은 뭐해’라고 묻고 ‘참 잘했어요’라고 평가하는가”라는 항의를 해왔다. 그래서 남과 북이 서로 만나니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설렌다는 설명과 함께 ‘심쿵’이라는 이름의 과자를 내놨다. 이렇게 같은 동포끼리 과자 이름을 갖고도 서로 의도가 무엇인지 따질 정도면 아직 화해하긴 참 멀다. 하지만 실제 22일간 같이 지내던 남북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서로 마음 깊이 가까워졌다. 우리가 70여 년간 멀어져 있었지만 노력하면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탈북자들은 남측 사람들이 아무리 도와주고 배려해도 ‘고맙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고맙다’는 인사는 ‘수령’께만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아왔다는 설명이다. 남측에서 입사한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탈북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북측에서는 지배인 동무가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인사하는데, 남측에서는 사장이 나에게 한 번도 인사를 하지 않아서 무시하는 것 같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또한 예를 들어 북측 일반인들은 대한민국이나 한국이라는 말은 잘 모르고 남측을 이남, 남조선, 아랫동네라고 부른다. 먼저 사람의 통일, 마음의 통일 없이는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동질성을 회복하고 이질성을 극복해야 한다. 통일이라는 말과 함께 서로 다름의 공존인 ‘통이’(通異)라는 표현도 같이 쓰길 권한다. 서로 소통하는 것은 통일을 이루는 것과 같은 노력이다. 배우고 익혀 통일 일꾼을 만들어가야 한다. 함께 사는 삶을 준비하는 통일 상상력을 갖추고, 통합 대응 능력을 확보해야 분단 치유능력에 주력할 수 있다. 역사를 보면 평화는 두 가지 경우에 만들어졌다. 강한 사람이 착할 때, 또는 착한 사람이 강할 때다. 하지만 역사상 강한 사람이 착한 적은 별로 없었다.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 착한 척 한 사례가 더 많다. 오히려 착한 사람들이 강할 때 평화가 지켜진다. 신앙인과 같이 착한 이들이 힘을 모아 강해지면 평화통일을 위한 더 큰 힘을 얻지 않을까!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