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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주교회의 의장 "마약 거래자는 ‘사탄’”

UCAN 제공
입력일 2019-04-09 수정일 2019-04-10 발행일 2019-04-14 제 314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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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물로 발레스 대주교 “마약 퇴치 지지하지만 생명 소중함엔 이견 없어”
최근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불법 마약 거래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시인하자, 필리핀 주교회의 의장 로물로 발레스 대주교(사진)는 마약 밀매업자들을 ‘사탄’이라고 불렀다.

발레스 대주교는 3월 31일 마약중독자 재활 프로그램 출범식에서 마약 거래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들은 “죽음과 어둠을 거래하는 자”라고 비난했다. 발레스 대주교는 “뉴스에 나오는 수억 달러에 해당하는 마약을 거래하는 이들은 사탄이다”라면서 “마약 거래에 현혹되지 말고 악과 협상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발레스 대주교는 2016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마약 퇴치 운동을 쉼 없이 진행해온 두테르테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 발레스 대주교는 “마약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미래를 파괴하고 여러분을 살인자로 만들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마약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언론보도에 따르면, 3월 22일 필리핀 당국은 약 3400만 달러에 해당하는 필로폰(필리핀에서는 사부로 불림)을 압수했다. 이번 달 초에도 당국은 마닐라 남부의 한 주택에서 최소 5300만 달러어치에 이르는 불법 마약을 압수했다.

발레스 대주교는 마약 남용의 예방이 우선이지만 마약중독자의 재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하느님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소중하며, 생명이 소중하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인권 단체와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퇴치 운동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계속 희생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필리핀의 경찰청과 마약단속국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019년 1월 31일까지 마약 퇴치 작전으로 총 5176명이 희생됐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약 3만 명의 마약 사용자와 밀매업자들이 죽은 것으로 추산한다.

그럼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주 카가얀데오로에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경찰과 군인을 비롯해 정부 인사들도 불법 마약거래에 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두테르테는 6개월 안에 마약 문제를 뿌리 뽑겠다고 장담했으나 이후에 2022년까지로 기한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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