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청소년위원회 회장, 본당 상임위원회 부총무,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공동대표, 교구 청소년사목연구소 연구위원, 본당 50주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안성지구 생태사도직공동체 준비위원회 위원장….
지난 14년간 장호균(다미아노·52)씨가 맡았거나 현재 맡고 있는 직책들이다.
이쯤 되면 시간 여유가 많은 은퇴자이거나 백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지만 그는 정신과 개원의(안성 하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자 세 자녀를 둔 아버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장씨는 2005년 세례를 받자마자 이러한 봉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청소년 사목활동이야 그의 본업과 관련된 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정신과 전문의와 환경운동이라니…, 언뜻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진다.
“환경운동가와 정신과 의사, 이 둘의 공통점은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것이죠.”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안성의료생협에서 일하는 의사들과의 친분이었고, 두 번째는 미리내성지 근처 골프장 건립 저지운동을 하게 되면서였다.
“사실 하기 싫었어요. 저는 원래 ‘도망 다니는 캐릭터’였거든요.(웃음) 미리 안 해서 매를 한꺼번에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엔 참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여러 활동들을 하면서 의사로서는 배우지 못했던 조직생활을 해나가는 법, 리더십 등등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습니다.”
장씨는 2003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성에, 그의 말에 따르면 ‘먹고 살려고’ 왔다.
당시 안성에는 정신과 의원이 한 개밖에 없었던 데다, 그에게는 시골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안성은 큰 도시의 변두리 지역이면서, 공동체가 살아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을 꿈꿨죠.”
40대에 이르러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니, 내면이 충실한 삶을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 시간 외짝교우였던 아내와 함께 성당을 찾게 됐다.
그러나 다양한 본당 활동들을 시작하면서 주말이 있는 삶은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장씨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그는 병원문도 닫고 출동하기 일쑤다.
그래도 장씨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평화로워요. 돈 좀 더 벌겠다고 한번뿐인 내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 저는 활동을 하면서 전혀 포기한 게 없어요. 그저 약간의 시간, 약간의 기부, 약간의 노력을 들였을 뿐이죠.”
활동이 곧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생태사도직 봉사의 특성상 결과만 놓고 봐서는 그의 활동은 실패로 끝난 일들이 많다. 미리내성지 인근 골프장도 결국 만들어졌고, 안성 가현취수장 폐쇄 등 환경문제와 개발논리가 첨예한 대립을 보인 사안들은 개발논리의 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는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실패하면 어때요?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예수님도 실패한 인생이었잖아요.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지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그것이 성과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