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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신인상 심사평

입력일 2019-04-02 수정일 2019-04-02 발행일 2019-04-07 제 313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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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 대한 연민 담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을 그려”

제22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승하 시인의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에는 처연하고 애틋한 연민과 따뜻한 사랑이 관류하고 있다. 시인의 마음이 가닿는 곳은 어김없이 이 같은 세례를 받는다. 더구나 그늘지고 소외된 이들을 더 각별하게 아끼고 메마르고 가파른 세상에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애처롭다’고 쓰고 있듯이 모든 생명체에 대한 연민을 전제로 하는 이 시인의 시들은 늘 깨어있으려는 견자로서, 절대자의 부름에 순응하거나 그 사랑과의 일치를 겸허하게 꿈꾸는 세계를 다채로운 빛깔과 무늬들로 떠올려 돋보인다.

시인은 ‘나무’와 ‘생명’, ‘문명’, ‘죽음’, ‘인간’, ‘아픔’이라는 명제에서 암시하듯, 생명에 대한 외경심, 인간의 욕망이 빚는 폐해, 아픔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시인의 시집 「나무 앞에서의 기도」는 가톨릭 신앙과 깊숙이 연결고리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

신인상 수상자인 하명희 작가의 소설집 「불편한 온도」는 한국 사회 현실 안에서 일상적 삶에 내재하는 문제의 구체성들을 충실히 담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태도에서도 인간성이라는 이상을 구현하고 있다.

시대의 현실 속 인간 삶의 문제는 대개 물질화 추세 속에서 인간화를 이뤄내는 과제다. 하 작가의 소설은 도시 변두리 마을 택배 기사의 질주를 통해 파괴되지 않은 골목을 섭렵한다. 젊은 여성 노동자가 건설현장의 고공 크레인을 조종하고, 임금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핫팩보다 인간의 손이 더 따뜻하며, 기계로 박수를 치고 춤을 추게 하는 장면도 연출한다. 문학은 인간의 보다 나은 운명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하 작가의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구중서, 신달자, 이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