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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 - 하명희 작가 「불편한 온도」

최용택 johnchoi@catimes.krrn사진 성슬기
입력일 2019-04-02 수정일 2019-04-03 발행일 2019-04-07 제 313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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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아프겠지만 나의 곁 이웃을 돌아보는 기회로”
철거 고공농성 포장마차…
자존과 생존의 싸움을 소재로 소설 쓸수록 사회문제와 부딪쳐
함께 하는 세상 꿈꾸며 작업 

계성여고와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2009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소설 ‘꽃 땀’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2014년 장편소설 「나무에게서 온 편지」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고, 2016년 조영관 문학창작기금, 2018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소설집 「불편한 온도」의 대표소설 ‘불편한 온도’는 2017년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명희 작가는
철거와 고공 농성, 트럭 노점, 크레인, 양말 공장, 포장마차 리어카 등. 세련되고 우아하며 환상적인 소재를 담아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현대의 소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단어들이다. 소설가 하명희(47) 작가는 더 높은 곳, 더 안락한 곳을 꿈꾸는 우리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주변과 뒤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을 쓰고 있다.

제22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하 작가의 소설집 「불편한 온도」는 우리의 삶과 노동 현장에서 가장 아래에 있거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서 자존과 생존의 싸움을 이어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소설의 주요 소재다. 하 작가는 밀도 높은 언어와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이들의 일상을 포착해 한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리얼리즘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가 한국가톨릭문학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한 지인이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도 소설을 읽고 계신가보다’라는 말을 해 줬어요. 요즘엔 이러한 어두운 소재들의 소설을 읽는 독자가 많지 않은데, 어디선가 제 소설이 읽히고 있다는 것에 감사드려요.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 소식은 제게 ‘고생했다’라고 어깨를 쓰다듬는 손길로 느껴졌어요.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서울 창신동에서 태어난 하 작가는 서울 토박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고향이 어디야?’하고 물으면 답을 잘 못했다. 서울하면 떠오르는 강남이나 종로 등 유명한 곳이 아닌 변두리에서 살다보니 서울이 고향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하 작가가 쓴 소설의 주요 무대는 전농동, 어린이대공원, 한강, 청계천 등 서울이다.

하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줄곧 살았지만 고향이 없다고 느꼈는데, 서울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소설을 통해 서울과 화해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구석구석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반포의 오래된 아파트와 한강 개발 과정을 그대로 경험한 뚝섬 등 서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끈질기게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 작가는 2009년 37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지만, 자신의 글을 쓰기보다는 다른 작가의 글을 돋보이게 하는 출판사 편집자로서의 일이 좋았다. 하지만 다른 작가의 글을 보면 볼수록 자신이 직접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솟았다. 바로 아등바등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는 소설을 쓰다보면 당연히 사회문제와 맞부딪친다. 하 작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현실의 삶에 더욱 깊이 빠지게 돕는다. 하 작가는 “저의 소설 속에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면서 “우리는 이들과 함께 가야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멋진 상상력을 뽐내며 청량함과 상쾌한 기운을 주는 환상적인 소설들과 비교해, 저의 소설은 지루하고 불편하고 무거운 주제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독자들이 잠깐 멈춰 서서 옆과 뒤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나 자신을 멈추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가는 꿈을 함께 꾸고 싶기 때문이죠.”

■ 수상작 「불편한 온도」

고달프지만 그래도 정감 있는 노동자들의 삶

‘뭘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하명희 작가가 등단 10년 만에 내민 첫 번째 소설집이다. 이 책에는 하 작가가 2009년 문학사상에서 신인상을 타며 등단을 알린 단편소설 ‘꽃 땀’ 외에 ‘불편한 온도’ 등 일곱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중편소설이 수록됐다. 택배 기사와 다문화 가정의 아이, 외국인 요양보호사, 폭력과 술에 의지하는 왜소한 가장, 철거민, 노동자를 짓밟는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고단한 노동자들의 자취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마냥 고달프거나 팍팍하지만은 않다. 백반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 남녀 노동자의 연대와 저녁에 함께 걷고 싶은 연인들의 애달픈 그리움이 담겨 있다. 아파트 공사장의 고공 크레인들이 박수를 치고 핫팩보다 더 따뜻한 사람의 손길이 전해지는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외 계층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용택 johnchoi@catimes.krrn사진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