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어둠을 비추는 빛 / 박원희 기자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9-04-02 수정일 2019-04-02 발행일 2019-04-07 제 313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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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 DSLR카메라만큼이나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맛 좋은 음식을 먹을 때도, 멋진 풍경 앞에 섰을 때도 남녀노소 사진부터 찍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재미난 것은 한 장면을 여럿이 같이 찍어도 닮은듯하면서도 결과물이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장비보다는 찍는 사람의 센스(?)가 발휘되는 순간, 조금 더 나은 사진을 찍기 위한 좋은 방법 한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한발 더 움직이고, 카메라 높이를 눈높이에서 벗어나 위아래로 바꿔보자. 늘 보던 장면이라도 뭔가 모르게 달라 보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때 셔터를 누르면 된다. 나아가 눈에 띄는 멋스런 사진을 찍고 싶다면 촬영하는 시간대를 달리해보자. 장소는 똑같더라도 일상 시간 대가 아닌 다른 시간대를 선택하면 색다른 장면이 연출된다.

얼마 전, 동틀 무렵 십자가의 길 14처를 촬영하고자 수원교구 죽산성지를 다녀왔다. 어둠이 짙게 깔린 캄캄한 새벽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성지는 새벽녘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적막감이 감돌았다. 죽산성지를 찾은 이유는 대형작품은 아니지만 섬세하게 표현된 십자가의 길 작품 뒤로 멋지게 해가 떠오르면 너무나 아름다울 것 같았다.

시간은 흘러 성지 주변은 밝아질 때로 밝아졌다. 하지만 해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산등선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성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속상한 마음을 아셨던 것일까… 새벽부터 달려온 노력이 허사로 느껴질 무렵, 나뭇가지 사이로 강렬한 햇볕이 드리운다.

특별한 시간대가 주는 극적인 장면도 장면이지만,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수난 뒤로 부활의 영광이, 하느님의 크나큰 은총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비추는 듯 장관이 펼쳐졌다. 오늘도 나는 부활의 신비를 묵상하며 살아간다.

박원희 기자